금리 내리고, 규제 다가오고…가계부채 ‘비상등’

금리 내리고, 규제 다가오고…가계부채 ‘비상등’

기사승인 2025-05-20 06: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보름 만에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금리 하락, 부동산 규제 완화, 자산시장 불안,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대출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746조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743조848억원) 대비 2조949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1조7378억원(589조4300억원→591조1678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도 전월 말(102조4931억원)보다 8939억원 확대됐다. 5월 초 공휴일로 은행 영업일이 8일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라는 게 업계 평가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2월부터 반등세를 이어왔다. 2월 3조931억원, 3월 1조7992억원, 4월 4조533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는 대출금리 하락이 꼽힌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2.7%까지 떨어지며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졌다. KB국민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3.57~4.57%로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촉발된 매수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의 토허제가 반짝 해제되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이들 지역의 주택거래량은 해제 이전 대비 50% 급증했고 일부 아파트 거래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통상 주택 매매 계약 후 잔금 납부까지 평균 2~3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파가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영향이 6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도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이슈 등으로 증시가 흔들리자, 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 매수를 위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자본시장과의 연동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금리 외에도 정권 교체 기대감 같은 비금리 요인이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코픽스 하락이 주담대 수요를 끌어올린 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변화에 따른 기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라며 “특정 정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를 선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도 대출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스트레스 DSR 3단계의 세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도권 주담대에는 가산금리 1.5%포인트(p), 비수도권에는 1.0~1.25%포인트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자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계산할 때 미래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가계대출 억제책이다. 차주의 실제 이자 부담은 변하지 않지만, 대출 가능 한도는 감소한다. 규제 시행 전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해에도 당국이 7월 도입할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9월로 연기하면서 7~8월 대출 수요가 몰려 가계대출이 폭증한 바 있다. 

금융위는 월별·분기별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대응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월별·분기별·지역별 대출 흐름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총량을 관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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