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인 TV토론회가 비방을 넘어 혐오로 변질됐다. 토론회는 어수선했다. 공방이 매회 매끄럽지 못했다. 토론 주제가 옆길로 새고, 대답하기 불리하면 시간을 끌거나 서로의 약점을 들추기 바빴다.
3차례(18일·23일·27일) 토론회 중 백미는 3차 토론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여성 신체를 묘사한 발언이 그대로 생중계됐고, ‘언어 성폭력’ 문제로 번졌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28일)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리고, 공개석상에서 사과도 했지만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내부에선 탈당 바람도 불고 있다.
이재명 ‘커피 원가 120원·호텔경제학’ 화두
첫 번째 토론 주제는 ‘경제’로, 후보들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에 관한 비전을 공유했지만 결과적으론 이재명 후보 ‘커피 원가 120원’과 ‘호텔경제학’ 설화가 크게 회자됐다. 김문수 후보가 “커피 원가가 지금도 120원이라고 생각하느냐. 닭죽 파는 사람들에 비해 커피(파는 사람들)가 굉장히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돼서 분노하고 있다”고 공격하자 이 후보는 “원료 값이 이 정도니 ‘닭죽을 파는 것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영업을 하도록 지원해주겠다’고 말한 걸 왜곡했다”고 맞받아쳤다. ‘호텔경제학’을 가리켜 ‘무한동력이냐’고 지적한 이준석 후보에 대해선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건데 이준석 후보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사법리스크·내란 비호…네거티브 공방격화
후보들은 2차 ‘사회’ 토론에서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상대 후보 정책과 과거 논란을 집중해서 캐물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 전과와 ‘형수 욕설’ 등 가정사를 건드렸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도 들췄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 통합을 방해한 최대 요소는 ‘내란 사태’고, 김 후보를 가리켜 ‘내란 비호 세력’이라며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관 갑질’도 재조명됐다. 네거티브 공방전이 심해지자 사회자가 직접 제지했다.
2차토론 화두는 국민연금·의료개혁이었다.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연금 모수개혁을 두고 대립했다. 이재명 후보는 “연금 개혁은 복잡해서 어떤 정권도 안 하려고 했다”며 “모두가 만족하는 안은 없다. 하지만 안 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구연금과 신연금을 분리해 보험료와 운용 수익에 맞게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모수개혁은 거대 양당의 밀실 합의에 이뤄진 ‘가짜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끝나고도 장외설전은 계속됐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자꾸만 의도를 왜곡 한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후보는 ‘본인을 친중으로 몰고 가려한다는 망상에 싸여있다’며 굽히지 않았다.
‘호텔경제학’ 2차전…여성신체 폭력묘사 ‘물의’
3차 토론에선 정치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토론 주제였다. 실제로는 이재명 후보 ‘호텔경제학’ 2차전이 펼쳐졌다. 선공은 이준석 후보였다. “자신의 호텔경제학 방어를 위해 공산주의 철학을 가지고 국민을 가르치려든다”고 따졌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한은 책자에도 나오는 사례다. 종북 몰이 하듯 공산당 몰이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부정부패’를 영화 ‘아수라’에 빗대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캠프의 정치자금 부정수급 건을 들추며 역공했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가 “내란죄로 유죄를 받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당선되면 본인의 5가지 재판을 셀프사면 하겠느냐”며 팽팽히 맞섰다.
이밖에 이재명 후보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에 관한 질문은 갑자기 여성 혐오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이준석 후보는 여성 신체를 폭력적으로 묘사한 발언을 했고, 관련 질문을 받은 이재명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 나은 삶보다 신변잡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본인도 되돌아보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대신했다. 권영국 후보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후보들은 3회에 걸친 토론회에 대체로 불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이재명 후보는 3차토론 이후 “정책 토론으로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되는데 마치 뒷담화하는 자리같이 돼버렸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토론장이 아니라 법정에 서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