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위기를 극복할 대통령이길 바랍니다. 점심은 포기했지만, 투표는 꼭 해야죠”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수도권 사전투표소들은 뜨거운 투표 열기 속 오픈런 행진이 이어졌다. 사전투표소의 긴 대기줄과 덥고 습한 날씨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투표장에 나온 시민들은 ‘정부 공백 상태’와 ‘경제 상황’을 지적하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9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긴 줄이 건물 밖까지 늘어졌다. 이른 아침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가족단위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렸다. 투표장을 나오던 40대 여성 A씨는 “이번 대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이른 아침에 오게 됐다. 꼭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주민센터 4층 사전투표소에서도 투표 오픈런이 발생했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와 직장인, 어르신들이 단체로 줄을 서 투표를 대기했다. 용강동 사전투표소 관계자는 ‘투표 오픈런’에 관해 “다양한 연령과 구성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기 위해 방문했다” 며 “사전투표소가 열리기 전부터 기다리는 대기 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복합청사도 투표의 열기는 다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한 번 이동하면 5~7명씩 투표 대기 줄이 늘어났다. 현장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B씨(40대·여)는 “자녀와 투표 후 출근하기 위해 일찍 방문했다. 이번 투표로 빠른 정부의 정상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C씨(40대·남)도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시국이 혼란해져 중요한 투표”라며 “이번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는 점심을 포기하고 투표에 나선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투표장 입구부터 늘어진 줄은 버스정류장까지 110m 가까이 이어졌다. 삼삼오오 직장동료와 함께한 유권자들은 20~30분의 대기시간에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여의동 주민센터에 투표하기 위해 방문한 30대 남성 D씨는 “직장과 주거지역이 모두 영등포구라 이곳에서 투표했다”며 “마음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어 사전투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50대 남성 E씨도 “투표를 통해 좋은 대통령을 뽑아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살려주길”…경기·인천 소상공인 ‘한숨’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화정2동 사전투표소에는 경제를 살려주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모였다.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은 지정된 투표소에서 자신의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안내를 받은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투표에 임했다.
덕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이 모여들었다. 해당 사전투표소에는 손을 꼭 잡은 노부부와 투표를 위해 나온 어르신, 가족들이 함께 투표를 기다렸다.
화정2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F씨(50대·여)는 “물가가 깜짝 놀라게 상승하는 중이다. 장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다”며 “다음 대통령은 서민경제를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덕양구청에서 투표를 끝낸 20대 여성 G씨도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위기 상황이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통령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2동에서도 ‘오픈런’이 이어지는 등 사전투표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현장 사무관은 “오전 6시부터 (사전)투표소를 열었는데 출근 전에 많이 오셨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참관인이 체크한 유권자 수는 ‘바를 정(正)’자로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 많았다.
용현2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H씨(60대·여)는 “정치와 경제를 잘 아는 분에게 투표하기 위해 왔다. 차기 정권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작은 가게들이 버티지 못하고, 빈 상가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50대 남성 I씨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도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이뤄진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투표할 때는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