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두 달 만에 명소된 창고형 약국…동네약국도 변화 고민

개업 두 달 만에 명소된 창고형 약국…동네약국도 변화 고민

소비자가 저렴한 제품 직접 골라 담아
“대형약국 중심으로 동네약국 재편될 것”

기사승인 2025-08-21 06:00:09 업데이트 2025-08-21 07:23:41
창고형 약국 컨셉으로 지난 6월 개업한 A약국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찬종 기자

창고형 약국이 개업 2개월 만에 큰 호응을 얻으며 급부상하자, 소규모 동네약국들이 변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경기도 성남의 A약국에는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택시기사들은 “주말이면 A약국을 찾는 차량으로 도로가 붐빈다”며 A약국이 지역 명소가 됐다고 전했다.

창고형 약국은 기존 약국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약국에서는 소비자가 약사에게 필요한 제품을 요청하고 받았다면, 창고형 약국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약과 영양제를 카트에 담을 수 있다. 동네약국보다 20~30% 낮은 가격과 영양제 1+1 행사 같은 판매 전략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카트에 원하는 제품을 직접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창고형 약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창고형 약국을 찾은 한 부부는 “제품이 저렴하고 다양하다”며 “약사가 권하는 제품이 아니라 원하는 품목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어 다시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창고형 약국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인근 동네약국은 방문객 감소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매출 하락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약사들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가격 경쟁 방식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남지역 한 약사는 “창고형 약국이 일반의약품과 영양제를 도매가 수준에 가깝게 판다”며 “대량 주문으로 매입 단가를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소매가를 줄이기 때문에 동네약국과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뿐 아니라 다이소,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도 저렴한 영양제를 판매하며 경쟁에 뛰어들면서, 약사들은 동네약국 생태계가 재편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약사 1~2인이 운영하던 소규모 약국은 점차 쇠퇴하고, 여러 약사가 함께 운영하는 대형 약국이 새로운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B약사는 “창고형 약국이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었고, 비슷한 방식의 약국이 곧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흐름이 이어지면 지역 약사들이 자본을 모아 창고형 약국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약국 개설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약국 생태계 변화가 환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창고형 약국이나 대형 약국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B약사는 “약국 생태계가 가격과 편의성 위주로 재편되면 대형마트처럼 지역마다 약국이 몇 곳만 남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교통 약자나 의료취약지 환자들이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