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중동발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7차례 연속 동결을 “전략적 인내”라고 규정하면서도 물가와 환율 흐름, 중동 정세에 따라 언제든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신 후보자에 대한 이날 청문회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뛰고, 물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열렸다. 신 후보자는 “대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물가는 3월까지는 오름 폭이 제한적이었지만 높아진 유가와 환율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행의 본연의 책무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도모하고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면밀히 점검하면서 다양한 경제 주체들과 폭넓게 소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이 뛰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열린 청문회라는 점을 언급하며 “충격이 오래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3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6.1% 급등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을 기록했다. 신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관건은 일시적으로 오른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충격이 완화되며 다시 목표 수준으로 되돌아갈지 여부”라며 “중동 위기가 장기화해 근원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까지 나타나면 그때는 통화정책을 쓸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와 양극화 심화, 높은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수준 등을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도전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로, 전년보다 1%p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짚었다. 신 후보자는 “통상적으로 가계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는 임계점은 GDP의 80~85%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주택 공급 등 구조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 환율과 관련해선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투자가 많지 않았는데도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험회피 심리와 역외선물환(NDF) 등 다른 금융 채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제도에 충격이 발생하면 장부상 자본 흐름보다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더 크게 작동해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보다 심도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원화 국제화 △거시건전성 제도 강화 △금융 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를 통해 원화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환율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며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외환 거래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대해서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경력을 토대로 구상하는 디지털 통화 정책 청사진도 내놨다. 신 후보자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와 BIS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 토큰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겠다”며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CBDC와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은행들과 진행 중인 원화 디지털 예금 시범 사업이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한은을 포함한 7국 중앙은행이 BIS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지급·결제 실험이다.
최근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신 후보자는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서 수동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물가 압력과 경기 상황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인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핵심 변수”라며 “중동 리스크가 계속 이어져 근원물가나 인플레이션 기대에까지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써야 할 단계가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