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소 유출’은 국민들 기억 속에는 2012년 구미 불산 유출사고로 각인돼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당시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불화수소산(불산·HF)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5명이 숨지고 18명 부상, 주민 1만2000여명 진료, 농작물 212ha 고사와 3200여 마리의 가축 폐사를 일으키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우리 사회가 화학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구미 사고 이후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을 도입·강화했다.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이고 사고 발생 시 즉시 신고와 초동 대응, 주민 고지 체계를 의무화했다. 기후부(옛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도 이 과정에서 출범했다.
이번 사고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된 배경에는 유출 가스가 상대적으로 독성이 덜했다는 점도 있지만, 구미 사고의 교훈이 있다. 기후부는 이번 SK하이닉스에서 유출된 물질을 불화수소가 아닌 저농도 불소 계열 가스로 파악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질소 9에 불소 1의 비율로 섞인 저농도 상태였고 초동 대응 과정에서 차단을 잘 해서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불소 또한 유해 물질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웨이퍼 표면을 식각(에칭)하는 과정에 불소 계열 가스가 활용된다. 농도가 낮더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질식 등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고는 조기 차단과 대피가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후부 관계자는 “최근에도 화학사고가 수백 건 일어났지만 구미 불산 유출사고를 교훈 삼아 법과 제도를 정비했기 때문에 대규모 인명 피해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시설 기준과 초동 대응 체계가 정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사고 발생 직후 공장 내 근로자들이 대피했고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관련 사실을 신속히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화학물질이 퍼지고 밖으로 나가거나 연기나 악취가 발생할 것 같은 경우에는 대피나 안내 문자 등을 주민들에게 발송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학사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어서다. 특히 산업시설이 대형·복잡화되면서 사고 예방 단계부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시설물 관리에도 AI 등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