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사라지고 ‘언니 찬스’만…전남 한 유치원의 공간혁신사업

남평초 병설유치원, 원감 동생 강사 채용 후 촉진자 용역까지

입력 2021-09-28 14: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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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사라지고 ‘언니 찬스’만…전남 한 유치원의 공간혁신사업
전남교육청이 학교 공간혁신사업의 성과 홍보에 나선 가운데, 나주지역 한 유치원에서 공간혁신사업을 원감 가족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공간혁신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된 남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놀이터.
[나주=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전남교육청이 학교 공간혁신사업의 성과 홍보에 나선 가운데, 나주지역 한 유치원에서 공간혁신사업을 원감 가족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나주 남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지난해 3월, 학교공간혁신사업 영역단위 유치원으로 선정되면서 1억7700만 원을 지원받아 실외 놀이터에 대한 공간혁신을 추진, 올해 5월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 A(여) 원감의 여동생인 B씨는 교사와 학생이 요구하는 설계가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촉진자로 참여키로하고 학교와 1380여만 원에 용역계약을 체결, 전남교육청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이던 B씨는 2020년 3월 1일부로 언니인 A씨가 원감으로 재직 중인 유치원에 방과후과정 미술강사로 채용됐다. 별다른 경력은 없었지만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이유다.

이후 5월, 전남교육청 학교공간혁신 촉진자 공모에 신청해 선정되면서 촉진자 인력풀에 이름을 올렸고, 이를 근거로 학교 측은 B씨와 촉진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는 유치원 미술강사와 촉진자 역할을 병행하며 강사비용과 촉진자 용역비를 모두 챙겼다.

하지만 A 원감은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B씨가 한 달에 100만 원도 안되는 미술강사 급여만 받고 집에도 가지 못한 채 공간혁신사업에 매달려 봉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동생의 헌신적인 노력은 선생님들도 모두 아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생을 미술강사로 채용한 것도 “공간혁신사업을 교무부장이 도와줘야 하는데 첫 교무인데다 업무량 많아 외부지원을 받기로 했다”면서 “별도의 인건비가 없어, 디자인을 전공한 미술강사를 채용해 아이들 지도도 하고 공간혁신사업도 도움받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씨와의 촉진자 용역계약 사실을 철저히 숨겨온 것이다. 특히 이 건과의 연관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는 촉진자 용역계약 후 이름을 C로 바꿨다.

유치원 일부 교사들은 올 6월 초 공간혁신 공개의날 행사에서 촉진자 C의 감사패를 B씨가 받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을 뿐 최근까지도 B씨와 C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니 찬스’는 B씨를 미술강사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크게 작용했다. 유치원 미술강사 채용을 위해 지난해 1월 초 학교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한 차례 낸 뒤 신청자가 없었음에도 더이상 공고를 하지 않았다.

A 원감은 “봉사해 줄 사람이 신청해야 하지만, 자주 공고했다가 다른사람이 신청해 채용되면 힘들 것 같아 더이상 공고하지 않고 ‘주위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자’고 선생님들과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동생을 채용하기 위한 A 원감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A 원감은 ‘새학기 시작을 앞둘 때까지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고, 동생이 디자인 전공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교사들이 초빙을 강력히 제안해 B씨를 채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A 원감은 동생의 미술강사 채용에 대해 “재공고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가 “행정 절차를 몰라 벌어진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또 “무료 봉사”라고 주장했던 동생에 대해 “촉진자가 뭔지 몰랐다”고 했다가 “예산이 책정돼 있는지 몰랐다”고 말을 바꾼 뒤 다시 “비용을 지급했다”고 바꾸는 등 신빙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해, 강사 채용 및 공간혁신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남평초등학교 행정실 측은 “촉진자는 전남교육청이 선정해 인력풀을 학교에 통보, 대상자 중 적합한 인물과 학교가 계약하는 방식”이었다며, 절차대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교롭게도 지난해 3월 1일부터 1년 동안 A 원감의 딸도 이 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특수)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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