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거짓말쟁이가 너무 많다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1-12-09 0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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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거짓말쟁이가 너무 많다 [기자수첩]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투자시장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ESG에 발맞춰가는 것이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 브랜드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국내 기업들도 연일 ‘ESG 경영’을 선포하기에 바쁘다. 갓 시작했다고 알리기 바쁜가 하면 자랑도 넘쳐난다. ESG 관련 평가를 진행하는 기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든지, 사회적 금융 등급을 획득한 금융상품을 발행했다는 홍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속가능 경영을 하겠다는 자세는 좋다. 문제는 ESG 경영을 선언하는 기업 중에 거짓말쟁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상장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평가한 결과, 국내 기업 대부분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엉터리인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ESG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은 간데없고, 아전인수가 넘쳐났다. 불리한 내용은 숨기고, 유리한 대목만 강조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 산하 대형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이력을 ESG 성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ESG 공시의 목적 중 하나가 투자자들에게 판단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은 허위과장 광고와 기망 행위를 대놓고 하고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ESG를 잘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ESG 평가 등급을 잘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과 신용평가 회사들을 찾아가 인맥과 접대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아낸다. 결국 돈벌이가 되는 고객인 기업들을 저버릴 수 없는 평가기관들은 합리성과 객관성을 저버리기 일쑤다. 환경과 전혀 상관없는 금융사와 증권사들의 채권이 녹색 금융 상품으로 평가받고, 지배구조가 전혀 투명하지 못한 기업이 G 등급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이런 상태가 한국 ESG의 표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새로운 기준이 도입돼 적용 초기에 혼란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거짓과 아전인수가 대세로 자리 잡아선 안 될 일이다. 끼워 맞추기식 ESG가 지속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 해소는 감히 꿈도 못 꿀 일이 될 테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