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마약 음식 이라니...표현 자유 아냐, 선 넘어” [쿡 인터뷰]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 펼치는 장진영 변호사
“사회적 약자들, 자신의 피해 말 못 해…정치가 나서야”
“누군가는 마약 마케팅에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성공 경험 공유하는 게 ‘생활 정치’, 실질 성과 낼 것”

기사승인 2022-09-27 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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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마약 음식 이라니...표현 자유 아냐, 선 넘어” [쿡 인터뷰]
장진영 변호사가 2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음식이나 생활용품 앞에 ‘마약’이라는 글자를 붙여 제품을 홍보하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으로 사회에 문제의식을 전달한 장진영 변호사는 사람들의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흐려졌다며 누군가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현재 국민의힘 서울 동작구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주민과 생활 속 문제를 고쳐나가는 정치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성공의 경험을 시민이 쌓는다면 사회가 변화할 거라고 확신했다.

‘참여와 변화’라는 키워드를 자신 있게 내세운 장 변호사는 마약 마케팅 금지 운동도 뚜렷한 성과를 낼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26일 쿠키뉴스는 일상정치에 대한 열정적인 목표를 지닌 그를 만났다.

다음은 장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변호사를 하며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소비자 전문 변호사를 오랫동안 했었다. 소비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았던 일들을 발굴한 후 소송을 통해 그것을 바로잡는 일이다. 사법연수원생 시절 신용카드사가 마일리지 적립 관련 방침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는데 이를 8년 동안 변호하며 대법원 판결까지 다 승소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는데 이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과 분노한 사람이 많았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로밍 요금 폭탄’ 관련 사건, ‘애플 불공정 약관’ 소송 등으로 나름대로 공익활동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입법 활동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2016년부터 정치에 몸을 담고 있다.

장진영 “마약 음식 이라니...표현 자유 아냐, 선 넘어” [쿡 인터뷰]
장진영 변호사가 2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소비자 특별위원회의 활동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주민들과 이뤄낸 일상정치의 성과는
▶제 주특기가 소비자 관련 활동이니까 이와 관련한 이슈를 찾고 있다. 주민은 여기에 참여하며 ‘불만만 지니고 있었는데 거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뭐가 바뀔 수 있구나’라는 걸 경험한다. 그렇게 결성된 소비자 특별위원회의 1호 프로젝트는 도미노피자 사건이었다. 도미노피자가 예전에 포털에서 피자 구매 시 50% 할인해주겠다고 광고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카드 포인트로 50% 결제, 나머지는 현금 결제였다. 그때 주민들과 제가 도미노피자에 편지를 보냈더니 며칠 만에 성과가 드러났다. 본사 대표가 우리에게 ‘광고 보고 구매한 사람들에게 50% 할인 쿠폰 지급, 우리 당협이 지원하는 사회단체에 300만원 기부 등’을 제안했고 사과문도 올렸다. 초등학교 학생들과 스마트폰 기능 중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의 이름을 ‘편안하게 화면 보기’ 등으로 바꾸는 활동도 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 기능을 못 쓰는데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인터뷰한 후 국회에서 관련 법을 마련해달라 촉구하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 문제라고 말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그게 자랑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치가 나서 더욱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주민들도 ‘정말 바뀌네’라는 성공적인 경험을 했고 일상정치에 긍정적 인식을 두게 됐다.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 시작 이유는
▶취지와 맥락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주민이 참여해서 세상을 같이 바꿔보자, 성공하는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거다. 이게 생활 정치, 참여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하루를 마약으로 시작해서 마약으로 끝내더라. 아침에 ‘마약김밥’을 먹고 ‘마약커피’ 마시고, 점심에 ‘마약 핫도그’ 먹고 저녁에는 ‘마약치킨’에 ‘마약가루’를 뿌려 먹는다. 충격을 받았다. 마약이 상술에 이용되고 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자라면서 ‘마약은 맛있고 편안한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돼 있다. 마약에 대한 마음을 열어놓으면 나중에 무방비하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의 마약 관련 범죄율이 매해 20~30%씩 높아지고 있다. 큰 문제다. 누군가는 안 된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대한 의견은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닌 게 명확하다. 미국은 마약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관대한데 왜 마약 마케팅을 하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표현의 자유도 한계가 있다. 이 선을 넘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발이 나오는 이유는 마약에 대한 개념이 흐려지고 이에 중독돼 있어서 그렇다. 마약이라는 게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기호식품이면 모르겠다. 그런데 전 세계가 우려하는 것 아닌가. 특별히 경계심을 갖고 봐야 하는데 경계가 다 풀어졌다. 총기를 규제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반발이 있는 건 환영인데 사회적인 대토론으로 한 번 대화했으면 좋겠다. 요새는 ‘코카인 댄스’도 유행이던데 방송에서도 이게 버젓이 나온다. 이 춤의 배경음악은 코카인이라는 마약을 숭배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앞으로는 마약 마케팅에서 구체적인 마약 명칭이 나오는 마케팅으로 갈 거다. 그럼 그걸 누가 막느냐. 누군가는 이런 마케팅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장진영 “마약 음식 이라니...표현 자유 아냐, 선 넘어” [쿡 인터뷰]
장진영 변호사가 2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약 마케팅 금지 운동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지금까지의 마약 마케팅 금지 운동 성과는
▶동작에 사는 학부모들과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1차 목표를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약’을 검색 금지어 설정하기로 정했다. 그래서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에 편지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2~3일 만에 반응이 왔다. 그들도 이런 마약 마케팅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다. ‘11번가’가 처음으로 반응했다. 예전에는 11번가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20만개 가까운 검색 기록이 나왔는데 지금은 ‘마약 검색 결과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쿠팡’이 이에 참여했고 ‘네이버쇼핑’ 등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동참했다. 외국계인 아마존에서도 ‘마약’을 검색하면 관련 생활용품이 나왔는데 이제는 마약수사대 굿즈나 책, 음반 등밖에 나오지 않는다. 외국에서 ‘narcotic(마약의)’를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와 같아진 거다. 구글은 이 조치를 안 하고 있어서 시위 예정이다. 100만 건 이상의 검색기록 차단의 성과를 냈으니 2차 목표는 ‘마약+상품’ 단어도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걸로 정했다. 그런데 이는 상표가 등록된 경우가 있어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울시 조례로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장진영에게 ‘정치’란
▶나와 내 이웃의 삶을 바꾸는 것.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생활 정치라고 부른다. 좀 더 세게 말하자면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그건 ‘이바구(이야기·경상도 지역 방언)’ 떠는 것이다. 저는 변호사 때부터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일을 해 왔고 제가 이룬 실적으로 그것을 증명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국회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도 그 일을 하기 위한 힘과 권한이 필요하므로 들어가려 하는 거다. 생활 정치를 이룩하기 위해 표준화된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 전국 당협위원회에 보급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당대표나 대표가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다. 정당이 진짜 정당다워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조직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정당에서 인재영입 같은 깜짝 ‘쇼’를 하지만 정당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막으려면 당협이, 지역구가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제도적 변화를 이룩해 시민이 정당의 주인이 되고 일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정치다. 이게 6년간 제가 해온 정치실험의 결과이자 결론이다. 앞으로 생활 정치를 위해 참여에서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실험을 계속하려 한다. ‘참여와 변화’가 키워드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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