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습기 참사 기업‧전범 기업에 투자

옥시 레킷벤키저와 일본 전범 기업 지분 약 2조4000억 원어치 보유
고영인 의원“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한 돈, 책임 투자 원칙 바로 세워야”

기사승인 2022-10-13 1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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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요 가해 기업 중 하나인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의 지분 약 3400억 원어치와 일본 전범 기업들의 지분 약 2조851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난 2011년 186억 원의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지분을 보유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사이 최대 3656억 원까지 옥시 레킷벤키저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기준으로도 여전히 옥시 레킷벤키저의 지분 3291억 원어치를 보유 중으로,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의 주범 기업에 지속해서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 것이 국민연금이 말하는 책임 투자 원칙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가습기 참사 기업‧전범 기업에 투자
국민연금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지분 보유 금액. 단위: 억 원. 출처: 국민연금공단, 고영인 의원실 가공

국민연금은 옥시 레킷벤키저 뿐만 아니라 일본 전범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려왔다. 2012년 약 3억5000만 달러였던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액은 급기야는 2021년 15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2월 기준으로도 약 14억4000만 달러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10월 11일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2조851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국민연금, 가습기 참사 기업‧전범 기업에 투자
국민연금 강제 동원 일본기업 투자액. 단위: 미국 달러. 출처 : 국민연금공단, 고영인 의원실 가공

국민연금공단은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기준을 묻는 고영인 의원실의 질의에,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별도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투자 제한의 대상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바에 따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모호한 답변만을 보내왔다. 한편에서는 대법원의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과 이를 지지하는 국민적 여론이 확산하였음에도, 국민의 안정적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이 기여한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별다른 기준도 없이 강제 동원에 가담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외적으로는 책임 투자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내부적으로 엄격한 투자 제한 기준 도입에 머뭇거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있었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탄소 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의결했지만, 올해까지 단 한 차례도 이른바 ‘탈석탄 선언’을 기금운용위원회의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엄격한 ESG 평가체계 마련의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국민연금의 이런 태도에 고영인 의원은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손해를 끼친 기업이 이익을 보면 자신들이 수익을 얻는 모순적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모인 돈을 국민의 위임을 받아 운용하는 만큼,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더욱 엄격한 책임 투자의 원칙을 바로 세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의 위험을 현명하게 배분하는 합리적 연기금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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