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세금 ‘벼락’ 맞나…가상자산⋅주식 소득세 유예 목소리

기사승인 2022-11-24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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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세금 ‘벼락’ 맞나…가상자산⋅주식 소득세 유예 목소리
금융투자세(금투세)와 가상자산 소득세의 과세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유예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부가 최근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 마련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 5개 사와 코인마켓 22개 사, 기타 관련 사업자 9개 사 등을 불러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이들 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시스템 구축 일정과 관련 소득세법 개정 사항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내역 공유와 자료 제출시스템을 요청했다. 사업자들은 이달 내로 관련 시스템 마련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에 2025년으로 과세를 유예한다는 정부 방침이 뒤집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해 2023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22%의 세금을 부과토록 한다. 정부는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의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반년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정희용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조명희, 배현진, 정우택, 윤영석 국회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가상자산 양도, 대여 소득 과세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고, 공제 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비롯해 여야 간 정쟁 등으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계속해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 간담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소득세법 과세 유예 법안을 연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차 대표는 “과세 체계를 위한 기술적, 현실적 체계가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만큼, 연내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세금 부과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취득금액을 정해 자료를 내고 고시하는 방식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면서 “국세청, 납세자, 이를 도와줄 세무사까지 준비가 안 돼 여러 가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에서는 오해라며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필요성,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고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해당 소득세법 개정안은 정기 국회에서 논의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금투세, 협상 난항…내년 시행 가능성도

가상자산소득세 시행이 금융투자세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 한차례 연기된 만큼 시행 시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소득세 논란 역시 뜨겁다. 시행 시기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투자소득에 부과되는 새로운 과세제도다.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마련돼 오는 2023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5000만원 이상 수익이 발생하면 20%, 3억원을 초과하면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025년까지 2년간 금투세를 유예한다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에 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측이 민주당의 조건을 ‘불수용’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절충안 수용하면 세수 감소와 대주주 증시 이탈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자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동의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투세처럼 큰 변화는 2년 정도 유예하고 시장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협상 결렬 시 유예 없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의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시행하기로 예정된 대로 가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것이 기재위원 내 다수 의견”이라면서 “부자 감세는 되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개미투자자들, 서민들 세 부담이 줄어들어 안 된다고 하는 게 너무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폭락장에 반대 여론 들끓어
 
올해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로 투자자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세금 얘기까지 나오자 반대 여론은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5월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이어 이달 FTX 파산보호 신청까지 대규모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며 가상자산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1년 전 6만8000달러에 비트코인을 산 투자자라면 70% 넘는 손실이 난 셈이다. 한 투자자는 “지금 수익률이 -87%인데 본전도 건지기 전에 더 뺏는다는 얘기냐. 손해 보면 손해액의 20%를 정부에서 돌려주나”라고 호소했다.

금투세 유예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10월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기획재정위원회로 부쳐졌다. 또 다른 투자자는 “금투세는 외국계와 기관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독박 과세이고, 거래세 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계 등”이라며 금투세 도입 유예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유예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지난 16일 시작된 촛불집회는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매일(주말 제외) 열리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식투자자 여부와 상관없이 금투세 2년 유예를 원하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0.7% 차이로 정권이 바뀐 것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완전히 민심을 잃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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