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갔다 와도 국회의원 될 수 있다 [쿡룰]

국회의원,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적용돼
‘복권 없는 사면’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 불가
일부 유권자 “법 준수 개념 없는 사람 출마, 부적절”

기사승인 2023-06-22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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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감옥 갔다 와도 국회의원 될 수 있다 [쿡룰]
기표소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누가 후보로 나올까’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주요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는데요.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안 전 수석은 서울 코엑스에서 직접 설립한 민간연구기관 ‘정책평가연구원’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관영 전북지사, 정문헌 종로구청장 등이 참석했죠.

우 전 민정수석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해 총선 출마를 시사했고요. 최 전 부총리는 경북 경산에서 지역구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행보를 두고 ‘친박계(친박근혜계)’가 집결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나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인데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신분을 회복한 이도, 만기 출소한 사람도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감옥에 ‘갔다 온’ 인물들이 총선 출마자로 거론될 수 있는 건지 의문을 품기도 하는데요.

21일 쿠키뉴스는 유권자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송모(24)씨는 “민주화운동 등 공익을 위해 활동하다가 복역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폭력, 음주운전 등의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나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자리에 법 준수에 대한 의식 없이 출마하는 건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도 국회의원 출마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선거일 기준으로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제1항 제1호·제3호나 제4호에 해당하는 자는 피선거권이 없습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금치산(민법상 재산관리 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선고를 받은 자, 선거범, 정치자금법 제45조·제49조, 형법 제129조·제132조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말합니다.

위 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거나 형의 집행이 종료·면제된 후 10년을 넘지 않은 자는 피선거권이 없습니다.

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실효되지 않은 자, 법원의 판결이나 다른 법률에 의해 피선거권이 정지되거나 상실된 자, 국회법 제166조의 죄를 범한 자, 제230조 제6항의 죄를 범한 자로서 벌금형 선고를 받고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넘지 않은 자도 피선거권이 없는 걸로 명시돼 있는데요.

앞서 거론된 인물 중 특별사면을 받은 우 전 민정수석은 복권됐기에 출마 자격이 있다고 합니다.

송규종 대륙아주 변호사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다 출마가 가능한 건 아니다. 사면과 복권이 이뤄져야 한다”며 “(총선 피선거권이 있는지 여부는)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얼마나 복역했는지에 따라 달라져서 사례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람은 출마 제한이 존재하는데, 폭력이나 사기 등을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유권자도 있는데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의원도 공무원이어서 공직선거법 이외에 국가공무원법도 적용받는다”며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을, 일반 형사범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 제33조에는 국가공무원 결격사유가 명시돼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형을 살았다고 해서 국회의원 선거에 ‘절대로’ 출마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출마자들은 국민이 국회의원의 도덕성, 법 준수 의식을 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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