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미 여기자 2명을 정식 재판에 회부키로 한 것은 철저히 대미 협상용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미 여기자들의 불법 입국과 적대행위 혐의를 확정해 재판에 회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24일만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판에 정식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이 여기자들의 처리 과정을 중계방송하듯 상세히 소개하는 것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것보다는 미국과의 협상을 조기에 이끌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4일 “이번 사건은 형식은 법률적이지만, 내용은 매우 정치적”이라며 “북한 당국이 미 여기자들의 처리 과정을 잘게 쪼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얇게 썰어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처럼 단계를 잘게 나눠 압박하는 전술)을 활용해 미국을 단계적으로 강하게 압박해 결국은 대북 특사의 방북을 이끌어내겠다는 전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오락가락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남짓 지난 시점에 북한 발표가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북·미간 냉각기를 고려할 때 미국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예심-기소-재판 등 4단계로 돼 있는 북한의 형사소송 체계상 여기자들은 현재 3단계인 기소 단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죄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북한이 밝힌 ‘적대행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형법상 ‘조선민족 적대죄’로 추정되는 적대행위의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게 되며, 정황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게 돼 있다.
북한의 미 여기자 처리 방식은 이란과 닮은 꼴이다. 이란은 최근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인 록사나 사베리에게 미국을 위한 간첩죄로 징역 8년형을 선고해 미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미 여기자들이 정식 재판에 회부됨에 따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44)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주목된다.
물론 북한이 유씨를 정식 기소해 북한 법정에 세우는 것은 남북간 합의에 위배된다.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는 규정 위반자에 대해 경고, 범칙금 부과, 추방 등의 조치만 북한이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북한이 유씨에 대해서도 체제 비판과 여성종업원의 탈북 책동 등 무거운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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