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가 29일 마무리됐지만 서거의 책임을 따지기 위한 야권의 대여 공세가 '조문 정국'의 제2막을 젖혀올리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서거의 책임규명 및 제도개선 조치가 다른 어떤 정치적 일정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장례는 끝났지만 민주당 등 야권 움직임은 오히려 더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30일 오후 긴급 지도부 회의를 소집해놓았고, 민주노동당은 비슷한 시각 서울 시내에서 열릴 예정인 시민사회 진영의 대규모 범국민 추모대회에 참석키로 했다.
책임론과 관련, 야권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 및 대검 중수부 수사라인의 교체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라인 경질은 굳이 야당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여권 스스로 불끄기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과잉수사와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 등을 수사할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관철시키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여권이 몇몇 사람을 사퇴시키는 것으로 현 국면을 타개하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과잉수사 정황과 청와대와 검찰간 교감 여부, 피의사실 공표의 불법성 등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현 정권의 전 정권 보복 차원에서 초래됐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공개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1년반 동안 여권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 주기'가 도를 지나쳤고, 이 대통령이 누누이 밝혀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여권의 '참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연한 도리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수원 연화장에서 있은 노 전 대통령 화장식에서 "책임질 사람들이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확실히 지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르면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키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이나 대통령 사과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책임론 공세가 자칫 시민사회 단체 움직임과 맞물려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 다음달 초 있을 6·10 항쟁 추모대회에 당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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