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정국’이후 확달라진 야권 정치지형… 잠룡 위상 요동

‘조문 정국’이후 확달라진 야권 정치지형… 잠룡 위상 요동

기사승인 2009-06-04 21:40:00


[쿠키 정치]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야권의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멸문 위기였던 친노 그룹이 야권의 한 축으로 다시 부각되고, 친노계 지지자와 부동층 중 일부가 민주당에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영남 지역의 야권 지지율도 회복 추세다. 야권 잠룡들의 위상 역시 요동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애도'라는 특수 상황이 빚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등을 앞두고 진행되는 야권 지지판도 변화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판 커진 범야권

조문 정국 이후 민주당이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형국이다. 지지 정당이 없는 친노계까지 합세하고 있다. 민주당을 '싸가지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해온 층들까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애도 장면을 보면서 상주 역할을 자임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와 한나라당 심판 차원에서 부동층도 민주당쪽에 쏠린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3일 여론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권의 민주당 지지율이 30.0%로 한나라당(25.5%)을 앞서는 등 영남권의 야당 지지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조문 정국 이전 같은 지역의 지지율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33.9%였고 민주당은 13.1%에 불과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4일 "현지에서는 고향 출신 전직 대통령이 TK(대구·경북)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희생당했다는 정서가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친노계를 지지하려는 물밑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1%에도 못 미쳤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지지율이 최근 10%대까지 올라선 것이 그 방증이다. 향후 친노계가 독자세력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친노계가 독자세력화해 영남에서 지지율을 일정 정도 끌어올릴 경우 '범야권' 입장에서는 분열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룡들의 엇갈린 희비

조문 정국은 야권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바꿔놓았다. 우선 유 전 복지부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가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위상이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장례에 당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야권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향후 친노계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해찬 전 총리도 친노계 좌장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반면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박대'를 받음으로써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따리 장수'라는 비판을 받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천정배 의원은 분향소에서 성심성의껏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지만 친노계와는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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