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정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50년 가까이 정치적 라이벌로 지내온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DJ를 찾았다. 생의 막바지에 두 사람이 다가선 것을 두고 역사적 화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YS는 병실에서 "세상에 기적이란 것도 있다"며 DJ의 쾌유를 빌었고, 취재진에는 "(병문안으로) 둘이 화해를 한 것으로 봐도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관련기사 4면
YS는 오전 10시50분쯤 김기수 비서실장과 함께 병원에 도착,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안내로 병실에서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넸다. DJ 병실이 위치한 20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한광옥 임채정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이 나와 YS를 영접했다. YS는 DJ가 집중치료 중이어서 중환자실에서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YS는 이 여사에게 "나와 김대중 대통령은 젊을 때부터 협력도 오래 했고 경쟁도 오래 했다"며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고 DJ측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YS는 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는 아마 미얀마처럼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목숨 걸고 싸웠고, 우리의 오랜 협력과 경쟁 관계는 세계에 유례 없는 특수관계"라고 강조했다. 또 측근과 의료진에게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여사는 "직접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통령이 좋아졌고, 주무시고 있는데 깨어나서 김영삼 대통령께서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YS는 병실에서 15분 간 머문 뒤 병원을 떠나면서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 그럴 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고 말했다.
평소 DJ를 거론할 때 존칭을 쓰지 않던 YS는 이날만큼은 꼬박 '김대중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두 사람은 1987년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때 갈라진 것을 계기로 서로 반목해왔고, 특히 DJ가 대통령에 취임한 1998년 만난 이후 조우한 것 외에 의미있는 회동을 한 적은 없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등 국가적 행사에 함께 초청된 적은 있지만, 매번 특별한 대화없이 서로를 외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강주화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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