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이제 공은 없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겠습니다.”
에세이집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웅진미디어)는 책을 낸 박찬호(40)가 18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출판기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9일 은퇴 결정을 한 박찬호는 이튿날 이곳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그는 “이제야 졸업을 하는 것 같다”며 “나의 야구 인생 30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6개월 보름 만에 같은 자리에 선 박찬호의 손엔 글러브 대신 책과 펜이 들려있었고 한국 야구의 ‘92학번’ 친구들이 그의 옆자리를 지켰다. 그래서인지 박찬호는 절친들과 함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넥센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홍원기와 아직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넥센 외야수 송지만, 그리고 은퇴하고 재활센터를 통해 재활을 돕고 있는 차명주 원장이다.
홍원기 코치는 박찬호는 공주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죽마고우다. 차명주 원장은 비화를 꺼내 폭소를 자아냈다. 차 원장은 “찬호가 미국 진출하는데 일조를 했다”면서 “우리집에 1달 동안 숨겨줬다가 한양대에 갈 수 있게 도와줬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박찬호는 고교 졸업 후 한양대와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입단을 놓고 고민을 하다 한양대 감독의 명령으로 차명주의 자택에서 숨어 지낸 뒤 결국 한양대에 입학했고 재학 도중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찬호는 “보름 동안 같이 있으면서 의식주를 해결해준 친구였다”고 고마움을 전한 뒤 “명주는 일본프로야구 경기가 담긴 비디오를 쌓아놓고 공부하는 선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지만과는 서로 ‘찬호씨’, ‘지만씨’라고 부르는 특별한(?) 사이임을 공개했다. 박찬호는 송지만이 지금도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것에 대해 “정말 부럽다”고 말하면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지만은 “누구나 다 아는 메이저리거이고 미국 땅에서 우리 선수가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해준 선구자 역할을 해냈다”면서 “내가 선수 생활은 더 오래하고 있지만 부러워하고 선망의 대상”이라고 자랑했다.
이제 불혹에 접어든 박찬호와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에는 한 마음이다. 특히 박찬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을 포기하려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박찬호가 내놓은 책의 인세는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을 위한 ‘박찬호 장학재단’의 후원금으로 쓰인다.
책 제목에 대해서는 “은퇴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에 집착했었다”며 “하지만 은퇴로서 끝을 내고 나니 세상이 더 커 보이고 스스로 자유로워져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 야구 검증의 문’을 연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샌디 쿠팩스(전 다저스)로부터 ‘긴 여행을 하는 거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매 경기에 집착하지 말고 오랫동안 하나씩 쌓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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