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경찰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아파트 설계공모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설계업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하고 금품을 받은 심사위원 5명과 알선자 1명 등 총 8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D설계업체 대표 A(52)씨와 동업자 B(44)씨는 2021년 10월 LH가 시행한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자사 설계안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5명에게 총 3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설계안 평가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려 시도했고 일부 심사위원은 이를 수락한 뒤 실제로 해당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설계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의 공정성을 위해 관련 전공 대학교수 15인 내외로 구성된 외부 심사위원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응모 업체명을 비공개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 명단은 심사 전 공개돼 업체와 위원 간 사전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을 수사하던 중 추가로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사는 2023년 8월 국토교통부 의뢰로 착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는 현재의 제도가 범행을 가능하게 했다"며 "LH를 상대로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으로도 건설 현장에서 청탁이나 금품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설계권을 따내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