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이재명’ 손에 달렸다…연금개혁 향방은 [이재명 정부]

국민 노후자금, ‘이재명’ 손에 달렸다…연금개혁 향방은 [이재명 정부]

기사승인 2025-06-05 06:00:09
이재명 대통령. 사진=유희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의 노후 자금이 달린 연금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 관심이다. 미래에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청년세대의 불안을 달랠 ‘재정 안정화 조치’와 노인 빈곤을 해소할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그간 연금개혁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탓에 개혁 추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구체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모두의 존엄한 노후 위해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 추진”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 세대 간 형평성과 연대를 실현하며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인 ‘보험료율(내는 돈) 13%-소득대체율(받는 돈) 44%’를 유지하되, 연금 제도의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이 포함돼 있다. 연금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정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추겠다고 피력했다. 현재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할 때 연금 수령 나이인 만 65세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노후소득 불안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모수개혁안에 대한 청년층 반발을 의식한 듯 20·30대를 향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청년층에게 국민연금 생애 첫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해당 공약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추진했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무산된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 사업’과 유사하다. 

또한 현재 12개월만 인정하는 군 복무 크레딧의 확대도 약속했다. 크레딧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제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모수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 제1야당 대표로서 “군 복무 청년들에 대해선 크레딧을 전 복무기간으로 늘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면서 “1년밖에 인정 못 한 점을 청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앞으로 군 복무 크레딧 인정 기간이 18개월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0대 공약집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와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를 손질하겠다고도 밝혔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은 연금 수급 시점 이후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 수령액을 깎는 제도다. 연금액이 충분치 않은데, 은퇴 후 일을 한다는 이유로 수령액을 깎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다. 기초연금 부부감액은 부부가 같이 기초연금을 타면 각각 20%씩 수령액을 깎는 제도로, 소득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것에 대한 수급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노후소득 보장·재정 안정화 과제…국고 투입 vs 자동조정장치 쟁점

이 대통령이 연금개혁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앞으로 연금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쥐고 있는 여대야소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와의 공조를 통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 더 큰 추진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 재정 안정화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소득빈곤율은 38.2%로,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인 13.9%에 비해 3배가량 높다. 현재 65세 이상 월 평균 연금 소득은 약 80만원으로, 1인 가구 최저 생계비(134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미래세대가 국민연금을 못 받을 걱정이 없도록 재정 안정화도 달성해야 한다. 지난 3월 국회는 모수개혁안을 통과시키며 기금 소진 시점을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추는 데 그쳤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후속 과제에 대한 여야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국고 투입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국고 투입’을 연금 구조개혁 논의의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6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국고를 국민연금에 지원할 경우, 기금 소진 연도가 2091년으로 연장된다. 해외 공적연금과 비교해도 한국의 재정 지원은 낮은 편이다. 다만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가 증가하는 등 인구 상황에 따라 기금 고갈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령액을 줄이는 등의 조정이 가능하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국회 논의 과정이 없어도 재정 안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연금액을 자동으로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선관위 주관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지금 연금을 내는 사람이 언제 깎일지 불안할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재임 시절인 지난 2월 국회 모수개혁 논의 과정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할 경우 국회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 아래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선회한 바 있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연금개혁 뒷전 될까” 우려도

이 대통령의 연금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조개혁에 대해 뚜렷한 추진 방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은 연금 문제에 대해 ‘선거판에서 인기 없는 공약’이라는 이유로 폭탄 돌리듯 미뤄왔다. 모든 국민의 주머니와 직결된 사안으로, ‘손을 안 대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첨예한 데다, 결론을 내도 비판만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달 23일 21대 대선 후보 연금 정책 공약 평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재명 후보는 공적연금에 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연금개혁을 더 크게 이슈화하지 않기 위해 연금 공약을 다른 공약 속에 숨겨두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금개혁을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 보니, 비전이 뚜렷하지 않고 하위 공약들도 정합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연금개혁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선 지선이 예정돼 있으니 연금개혁 이슈를 띄울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2028년 제6차 재정계산까지 연금개혁 논의에 동력이 붙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반면 뚜렷한 방향이 없는 만큼, 진영 논리를 떠나 실용적 논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이 대통령의 공약만 봐서는 연금에 대한 큰 방향을 언급한 것이 없어 앞으로의 논의는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재임 시절 모수개혁 논의 중 소득대체율에 합의를 이끈 만큼, 국회에서 이번엔 실질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존 진영 논리의 극단적 대립에서 벗어나 국회 중심으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되는 데 행정부도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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