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화학과 최인성 교수 연구팀이 스스로 움직이는 세포로봇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거나 차세대 세포기반 치료법의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나 나노 크기의 자가 추진 로봇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생명체 구성 요소를 활용한 세포로봇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로봇은 생체 부산물인 요소(urea)를 연료로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 동력장치나 기계구조가 필요 없다.
이 세포로봇은 스스로 방향성을 갖고 이동할 수 있으며,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거나 주변 환경제어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다기능성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연구팀은 쉽고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생명체이면서 부산물로 생성된 에탄올을 활용할 수 있는 효모에 주목했다.
효모는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에탄올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때 생성된 에탄올로 효모 표면에 생체친화적 방식으로 나노 껍질을 형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알코올산화효소(AOx)와 겨자무과산화효소(HRP)로 구성된 효소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효소 시스템은 효모의 포도당 분해반응과 연계된 연쇄반응을 유도, 그 결과 멜라닌 계열 나노껍질이 효모 표면에 형성된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화학적 방법론은 효모가 성장하고 분열하는 동안에도 나노껍질 형성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설계돼 세포 형태변화에 따라 비대칭적 세포-껍질 구조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예를 들어 분열 중인 세포 전체를 감싸는 껍질이 형성되면서 모세포 부분은 껍질이 생성되고 딸세포 부분은 형성되지 않는 구조다.
연구팀은 세포를 감싸는 나노껍질에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효소 ‘우레아제(urease)’를 부착하고 세포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우레아제는 요소를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하며 세포로봇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동력을 만들어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비대칭 구조를 가진 세포로봇이 명확한 방향성으로 자가추진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세포로봇은 세포 주위 존재하는 물질만으로 자가추진이 가능하고, 자석이나 레이저 등 복잡한 외부 제어 장치에 의존하지 않아 구동 메커니즘이 훨씬 간단하고 생체친화적이다.
또 나노껍질에 다양한 효소를 화학적으로 접합할 수 있어 다양한 생체 물질을 연료로 활용하는 세포로봇 확장 개발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KAIST 화학과 김나영 박사과정은 “자가추진 세포로봇은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며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으로, 향후 암세포 표적 치료나 정밀 약물전달시스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Autonomous Chemo-Metabolic Construction of Anisotropic Cell-in-Shell Nanobiohybrids in Enzyme-Powered Cell Microrobots; 국문 번역 : 효소 구동 세포 마이크로로봇 구축에서의 자율적인 화학-대사 반응을 통해 형성된 비등방성 세포내껍질 나노바이오하이브리드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u54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