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진짜 휴전 맞나” 의구심에…환율 또 1500원대 출발

“진짜 휴전 맞나” 의구심에…환율 또 1500원대 출발

공격 유예 발표에도 중동 병력 배치 확대… 시장 ‘가짜 휴전’ 의구심
1508.6원 개장, 17년 만에 최고치…고유가·외인 이탈에 韓경제 ‘발칵’

승인 2026-03-27 11: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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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이란 전쟁을 둘러싼 종전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선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밑에서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소식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6원 오른 1508.6원에 출발했다. 장 초반 상승 폭을 키우며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날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두 거래일 만에 1500원을 재돌파했으며, 야간 거래에서도 1508원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 유예’ 발표가 시장에 안도감보다는 불확실성을 심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밤 SNS를 통해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 시점을 4월6일까지 열흘 더 중지한다”고 밝혔다. 5일간의 1차 유예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내놓은 추가 연기 조치다.

하지만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예 발표와 동시에 미군 증원 병력이 중동에 집결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협상을 통한 종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5.8% 급등한 배럴당 108.01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2% 오른 94.48달러에 마감했다.

고유가·외인 이탈 ‘이중고’…17년 만의 고환율 시대


환율은 이달 초 146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중동 무력 충돌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유가 급등 우려가 겹치면서다. 4일 야간거래에서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고, 9일 주간 종가는 1495.5원까지 올랐다. 16일에는 주간 거래 중 1500원을 넘어섰다. 1500원대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 1570원까지 치솟으며 기업 부도와 주가 폭락을 몰고 온 이후,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았던 ‘심리적 저항선’이다. 이후 지난 23일에는 장중 1517.3원까지 급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원인은 고유가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 16일 이후 5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고환율·고유가는 한국 실물경제에 이중 타격을 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약 0.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구조상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는 곧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의 재무 부담 역시 비상이다. 특히 달러 부채가 많은 항공·해운·에너지 기업들은 환차손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당분간 1500원대 안착”…상단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환율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 정세가 빠르게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환율 상단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관련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를 반영할 것”이라며 “상승 출발한 환율은 달러 강세를 반영해 상승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1500원 대 중 반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예상 범위는 1500~1513원 수이다.

민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달러화가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면서 “원화의 경우 유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정학적 분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고환율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등으로 1500원대에서 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고유가 장기화로 1500원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프로필 사진
최은희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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