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과 항공유 급등이라는 ‘이중 압박’에 국내 항공업계가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까지 긴축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유류세 인하와 공항 이용료 감면 등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위기 대응을 둘러싼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한항공까지 비상경영 선포… 항공 업계 “정책 지원 필요”
31일 업계에 따르면현재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4곳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까지 비상경영에 나서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사들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LCC 관계자 A씨는 “세금 감면이나 세액 공제 등 지원 방안을 항공협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상황”이라 밝혔다.
또 다른 LCC 관계자 B씨는 “이·착륙료나 공항 이용료를 감면해주면 항공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공항 청사 이용 비용 등 부가적인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관계자 C씨는 “이착륙료나 공항 사용료 감면은 승객 입장에서도 이해 가능하고, 정부와 항공사 모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운항 축소 과정에서의 규제 완화 요구도 제기된다. B씨는 “비운항 시 국토부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 절차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항공사 상황을 고려해 간소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월이 분기점”…정부는 신중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지원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항공사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가장 위기였던 코로나19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항공 운항 유지도 어느 정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유 가격 상승이 실제 항공 비용에 반영되는 시점이 4월부터인데, 유류할증료 적용 이후 수요 변화와 항공사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때와 같은 공항 이용료 감면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항공사들의 건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과거 지원 사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3000억원 규모 긴급자금 지원과 함께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슬롯(이착륙 횟수) 유예, 운수권 회수 유예 등 다양한 항공업계 지원책을 시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 언급되는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서도 국토부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항공유 수급 안정 차원의 대응”이라며 “현재는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원 필요하지만 한계 분명… 엇갈린 시각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운항이 멈춘 상황은 아니지만, 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공항세 감면 등 간접적인 방식의 지원이 있었던 만큼, 유사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적인 재정 투입이 아닌 세제나 공항 비용 감면 형태의 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금일 대한항공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건 산업 전체 부담이 임계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면서도 “공항 이용료 감면 같은 직접 지원은 산업 간 형평성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항공산업 위기가 국민들이 뚜렷이 느낄 만큼 커질 때에야 본격 정책 개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이 단기적 비용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유류비가 통상 전체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유가 급등과 유류할증료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핵심 노선까지 운항이 줄어들 경우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 역시 “LCC는 특히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라며 “현재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이나 통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이 악화된 항공사를 중심으로 합병이나 퇴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