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항공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항공업의 특성상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항공사 수 증가로 경쟁이 심화된 현재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늘어난 항공사…면허 정책이 키운 경쟁 구조?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총 12곳이다. 이 가운데 9곳이 LCC로 시장 내 경쟁 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최근에는 지역 소형 항공사(RAM) ‘섬에어’가 경남 사천~서울 김포 노선에 취항하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시장 형성 과정에서 정책적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운송사업 면허와 노선 배분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면허 정책을 통해 경쟁이 확대되면서 현재와 같은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AOC(항공운항증명)를 너무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생 항공사들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항공 산업은 대표적인 허가 산업이다. 항공사는 운항을 위해서 국토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받아야 하며 △항공기 보유(5대↑) △자본금 요건(국제 여객 150억원↑, 국내 여객 및 화물 50억원↑)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후 국책 연구기관의 수요 확보 가능성, 소비자 편익 등에 대한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면허가 발급된다.
실제 지난 2019년에는 총 5개 사업자가 면허를 신청했지만,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3곳만 면허를 받았고 나머지는 반려됐다. 정부 역시 일정 수준의 진입 통제를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항공사 수가 늘어나며 경쟁은 확대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 시장은 기본적으로 자유 경쟁 체제이며, 면허 발급 역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신청이 들어온다고 모두 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규 면허 신청이나 검토 중인 사업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구조…LCC 취약성 부각
경쟁이 심화된 시장 구조는 최근 외부 변수와 맞물리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LCC는 저유가와 높은 탑승률을 전제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비용 상승 국면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항공협회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산한 항공 여객 수는 약 1억2400만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1억2336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상장 LCC 4개사의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했다. LCC 분기 기준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본다. 항공업계 관계자 A씨는 “항공사 수가 늘어나면서 노선 경쟁이 심화됐고,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운임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대형항공사와 달리 LCC는 화물 확대 등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외부 변수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또 다른 신규 항공사 진입까지 논의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존 항공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 특성상 일정 수준의 공적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현재의 경쟁 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은 일반 산업처럼 무한 경쟁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 일정한 질서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과밀하고, 과당한 시장 구조에서는 결국 구조 재편이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항공사를 늘리기보다 기존 항공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선과 역할을 차별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국토부가 노선 배분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시장 질서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