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0)
‘회장님’은 왜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나 [30대 그룹 이사회 대해부②] 

‘회장님’은 왜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나 [30대 그룹 이사회 대해부②] 

승인 2026-04-07 06:00:07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기업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가 의장을 겸하는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6일 쿠키뉴스가 국내 주요 30대 그룹의 대표 기업 이사회 구성을 전수 분석한 결과,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곳은 14곳(46.7%)이다. 현대자동차와 롯데, 한화, GS, 신세계, CJ, 두산, DL, 셀트리온, 현대백화점, HMM, 쿠팡, 하림, 효성 등이다. 이중 의장이 오너 또는 오너 일가인 경우는 11곳(36.7%)에 달한다.

대다수 그룹은 이러한 구조의 이유로 ‘책임경영’을 내세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기업 CEO가 의장을 겸하는 경우, 이사회의 설득 과정이 축소될 수 있다.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장기 전략을 위한 투자와 그룹 차원의 사업 개편 및 조정 등도 CEO 의장이 가진 장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9조원대 투자를 약속하며 주목받았다. 오는 2027년부터 새만금 일원에 로봇 제조와 AI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재생에너지 발전 등 미래 첨단산업 거점을 본격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 성장 기조에 발맞춘 투자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GS와 두산 역시 총수들이 직접 현장을 챙기며 전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달 세계 최대 AI 컨퍼런스인 ‘GTC 2026’에 참석, AI 기술의 최신 트렌드를 살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같은 달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대 건설장비 전시회 ‘콘엑스포 2026’에 방문, AI 기술 변화에 주목했다. 향후 그룹의 AI 대전환에 보다 효율적, 거시적으로 접근할 토대를 쌓고 있는 것이다. 

롯데지주, 한화, 현대백화점(현대지에프홀딩스)처럼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대표(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는 사례도 있다. 고정욱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 1992년 롯데건설에 입사, 그룹 경영관리본부를 거쳐 롯데캐피탈 대표를 지낸 ‘재무통’이다. 한화의 이사회 의장은 김우석 한화 대표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이사회 의장은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가 맡고 있다. 두 대표 모두 재무에 정통한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그룹은 공통적으로 오너 일가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의장직을 맡고 있지 않으나, 고 대표와 함께 롯데지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대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인 정지선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도 마찬가지다. 

LS그룹은 오너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만, 대표는 맡지 않는 분담형 지배구조를 택했다. 구자열 전 LS 회장이 의장을, 명노현 LS그룹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구 전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LS 회장을 지냈다. 이후 사촌인 구자은 LS 회장이 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다. 구 회장이 그룹 총수로 전략 방향을 이끄는 가운데, 구 전 회장은 지주사 이사회에서 장기 전략과 대외 상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구조다.

분담형 지배구조의 또 다른 사례에는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전문경영인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투톱 체제다. 이 의장은 지난 2017년 의장직을 내려놨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의장 자리에 복귀했다. AI 대전환기에 중장기 성장 방향성과 글로벌 투자 전략을 직접 이끌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승계 과도기형’도 있다. 셀트리온은 창업주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서 회장의 아들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공동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창업주에서 오너 2세로 경영 무게추를 점진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어떤 지배구조가 기업 운영에 더 적절한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의무적으로 이를 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사외이사의 경우, 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 나쁜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프로필 사진
이소연 기자
꼼꼼히 쓰겠습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