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 길어질수록 커지는 정유사 부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 길어질수록 커지는 정유사 부담

승인 2026-04-14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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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당장의 기름값 억제에는 성공했지만, 정유사 손실 부담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의 부채 부담 사례가 정유업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장기 효과를 위해 간접 수단 도입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L(리터)당 1994.59원을,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2.2원 오른 1988.45원을 기록했다. 

이달 1일 1900원대를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정부의 강력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상승폭 자체는 제도 시행 이전 또는 다른 국가 대비 둔화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0일자로 향후 2주간 정유사 공급가격에 적용될 3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2차와 동일한 수준(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으로 유지했다. 국제유가 상승분과 유류세 인하폭 등을 반영해 결정하지만, 3차 석유 최고가격 발표 직전인 지난 8일 임시 휴전 발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커진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후 종전 협상 결렬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호르무즈 해협을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봉쇄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지난 10일) 종가 대비 8.7% 오른 배럴당 103.44달러로 집계됐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8.7% 오른 104.93달러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가격을 억제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간극이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3538.7원으로, 한국 평균 1815.8원의 2배에 달했다. 

유럽 20개국의 경우 3월 첫째 주 2685.99원과 비교하면 31.75%(852.71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 경유 가격이 1680.4원에서 8.05%(135.4원)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상승세가 가파른 셈이다.

가격 억제로 민생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달성했지만, 문제는 이 같은 억제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의 부작용이다. 전례 없는 고유가 위기에 통상 에너지 소비가 줄었어야 하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셋째 주부터 4월 첫째 주까지 3주간 전국 휘발유 판매량은 84만8619㎘(킬로리터)로, 전년 같은 기간(84만6511㎘)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1차에서 2차, 2차에서 3차로 예고된 최고가격 갱신 전날에는 주유소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일단 정유사가 온전히 부담하는 구조다. 높은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일정 수준 이하의 공급가격으로 판매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하면 할수록 부담이 커지게 된다. 

정부가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예비비 4~5조원 규모를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마련했으나, 업계에선 실제 손실 규모가 이보다 클 때의 우려와 함께, 손실액 산정 과정에서도 기업과 정부의 관점 차이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사 손실 보전 절차는 기업이 회계법인 등을 통해 손실 규모를 제출하면, 정부가 정산위원회를 통해 이를 심사한다.

아울러 이러한 손실 보전 비용 역시 세금으로 메우는 형태여서, 결국 부담이 국민들에게 다시 전가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일각에선 러-우 전쟁 발발 당시 요금 인상 억제 정책을 토대로 에너지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한전·가스공사의 상황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들 공기업은 그간 재정 건전화 정책을 이어 왔음에도 지난해 말 기준 한전 총부채 205조원,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 14조원이라는, 일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초기 “상한제는 일시적인 긍정 효과가 있지만,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역시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최고가격제의 긍정 효과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에너지 초과 수요 지속 등 가격 왜곡에 따른 부작용과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한시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억제 정책을 중장기 적용하려면 다양한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정책적 함의와 향후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고가격제의 한시적·제한적 운영을 전제로 향후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패키지 접근을 통해 시장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지원, 비축유 활용,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병행이 필요하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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