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의대·병원 신설’ 공약…“실현 가능성 따져봐야”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의대·병원 신설’ 공약…“실현 가능성 따져봐야”

6·3 지방선거 50여일 앞으로…후보들 ‘의료 공약’ 제시
전남 국립의대 동·서부권 분리 설치 제안
충남 공주대 의대 신설 추진…“서해안권 의료 강화”
“근거 바탕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승인 2026-04-1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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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6·3 지방선거(지선)를 앞두고 지역 의대 신설과 대학병원 유치 공약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선 후보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과 부지 확보, 중앙정부 승인 등 현실적 문턱이 높아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선을 50여일 앞두고 지역의료 공백과 수도권 환자 쏠림을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의대 신설, 대학병원 건립 공약이 또다시 선거판에 올랐다.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문제다. 전남에선 그동안 순천대와 목포대를 통합하는 방식의 이른바 ‘통합의대’ 신설이 추진돼 왔다. 정부도 의대가 없는 지역에 신설되는 의대에 별도 정원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고, 전남에는 100명 규모의 정원이 사실상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와 기초단체장 선거가 맞물리면서 통합의대 입지 문제는 지역 간 이해관계와 표심이 충돌하는 정치 쟁점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회에선 전남 국립의대를 한 곳에만 두는 게 아닌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의대 캠퍼스와 부속병원을 분리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전남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인구 50만 명 이상인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이라며 “전남 통합의대도 순천과 목포에 캠퍼스를 각각 두고 100명 정원을 50명씩 또는 학년별로 나누는 방안이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순천향대는 안산과 천안으로, 서울대는 관악과 연건으로, 전남대는 광주 용봉과 화순 학동 캠퍼스를 학년별로 구분해 운영하는 사례를 들며 의대는 하나더라도 캠퍼스는 순천과 목포 양쪽으로 분리하고 부속병원도 각각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 순천·여수·광양 등 동부권 인구 84만 명 중 연간 4만5000명이 타 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찾는다. 목포 등 서부권도 인구 59만 명 중 3만8000명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른바 ‘원정 진료’를 떠난다.

김 의원은 “목포와 순천은 대중교통으로 3시간, 승용차로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두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해 사실상 생활권이 완전히 다르다”며 “한 곳에만 의대를 설립해선 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2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서 김영록 후보를 누르고 최종 후보로 선출된 민형배 후보도 전남 동·서부에 각각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 후보는 지난 9일 광주MBC 공개홀에서 열린 지역방송사 합동 토론에서 “국립의대 설립을 놓고 한쪽에만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안 된다”며 “동쪽과 서쪽 양쪽 대학병원에 각각 2000억원씩 투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상북도지사 후보로 최종 결정된 이철우 현 도지사는 이전부터 경북 북부 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19일 이 지사는 경북도 공공보건의료 협력 강화 추진단 2차 운영위원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립의대 신설과 1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작년 12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 국립·공공의대 설립 국회토론회’에선 “지방의 청년들이 고향에서 정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경북 국립의대 설립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실현돼야 할 최우선 과제다”라고 제안했다.

전·현직 시장 간 ‘리턴매치’로 치러지게 된 충남 공주시장 선거에선 충남권 국공립대 통합 및 의대 설립 공약이 나왔다. 공주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 김정섭 전 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최원철 현 시장이 맞붙는다.

충남도는 국립공주대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24년 8월부터 공주대 예산캠퍼스 의대 신설 촉구 서명운동을 벌인 끝에 지난해 8월 서명에 100만 명의 이름을 올렸다. 충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5명으로 전국 평균(2.1명)에 크게 못 미치며, 지역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은 54.9%에 달해 의료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는 게 충남도의 입장이다.

이번 충남지사 선거 후보로 나서는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현 지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립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 인력 양성과 내포·당진을 축으로 한 종합병원 건립을 병행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서해안권의 지역의료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모든 선거 후보가 확정되면 지역 의대·병원 신설 등 의료 공약은 구체화 될 전망이다. 이번 지선에서도 후보들이 의대·병원 설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만큼 지역민들의 의료 불안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지역의료 강화 논의가 의대·병원 신설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의료 확충이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의대와 병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없이 유치만 앞세운 공약은 선거 이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상당수 공약은 부지 확보나 예산 문제, 정부 승인 절차 등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새 의대를 추진하더라도 단순한 상징 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 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민 입장에선 대학병원 유치 공약이 가장 체감도 높은 약속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건립보다 운영이 더 어렵다”며 “결국 그 지역에 의사와 간호사, 교수진이 남아 일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껍데기 공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의대와 병원은 결국 지역의료 인프라의 문제”라며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이지만, 왜 의대나 병원이 필요한지 근거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국장은 “의료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분명한 불균형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단순히 ‘짓겠다’고 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어떤 조직을 만들고 어떻게 연구와 준비를 할 것인지,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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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
보건복지, 제약바이오 이슈를 쉽고 균형 있게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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