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시장 진출 24년 만에 대대적인 사업 전환에 나선다. 가성비 중심 내연기관차 이미지를 벗고, 전기차(EV)를 앞세운 친환경 브랜드로 재정비해 현지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에서 전동화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중국 양산 모델을 공개한다. 베이징현대도 이번 베이징 모터쇼를 계기로 신에너지차(NEV) 브랜드 전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6년 기준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 점유율 합계는 10%를 넘기며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과 함께 ‘빅 3’로 불렸다. 그러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판매가 급격히 위축됐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기술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컸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됐다. 중국 리서치업체 이어우자동차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 가운데 NEV 점유율은 54%에 달했다. BYD와 지리 등 전기차 브랜드가 급성장했고, 화웨이 등 IT 기업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서 현대차는 ‘현지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현지 IT 기업 모멘타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신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신차뿐 아니라 현지 고객의 선호를 반영한 서비스, 충전 인프라 등을 결합해 ‘아이오닉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톱 3’ 자동차 메이커에 맞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도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 EREV는 평시에는 배터리를 충전해 차량을 구동하지만, 장거리를 운전할 때에는 전기모터에 기름을 넣어 충전하는 방식으로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 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 정책 변화도 현대차에는 기회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정부의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에는 ‘지능형 커넥티드 NEV’만 신흥 육성산업으로 분류됐다. 14차 계획만 하더라도 NEV 전체가 신흥 육성산업에 포함됐지만, 그 범위가 축소됐다.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 NEV만 향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노후차를 NEV로 바꿀 때 지급하는 보조금 이구환신 역시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최근 개편됐다. 찻값의 일정비율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소비자는 값싼 차량보다는 고급차를 구매해야 할인금액이 늘어나게 됐다. 보급형 EV를 주로 판매해왔던 로컬 업체 상당수가 이구환신 제도 변화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입장에선 예전과 비교해 나은 환경에서 현지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호기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EV 신차를 6종을 공개하고, 연간 5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EV 전환뿐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 현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CATL과 시노펙, 위에다그룹 등 배터리·에너지·자동차 분야 주요기업과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시장의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배터리 기업 CATL과는 CTP(Cell-to-Pack)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에너지 기업 시노펙과는 광저우에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를 거점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도 추진한다. 기아의 현지 합작기업 위에다그룹과도 완성차 판매를 넘어 배터리와 수소, 미래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