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6)
제조업 전반에 퍼진 노란봉투법 갈등…평행선 간극 못 좁혀

제조업 전반에 퍼진 노란봉투법 갈등…평행선 간극 못 좁혀

승인 2026-06-24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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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100일이 지난 가운데 조선·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하청근로자와 사측 간 교섭 갈등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용자성의 인정 범위를 놓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한 데 따른 업계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전날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한화오션은 중노위 판단 이후에도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쟁의 조정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1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초심 판단을 유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노위는 웰리브지회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이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의제에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고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하청 노조가 지난 2016년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 최종 승소해 해당 요구엔 응할 법적 의무가 없음을 공고히 했다. 당시 노동조합법에 근거해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 중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새로 확대된 사용자 개념에 따라 해석된다’고 판시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여타 하청근로자들의 교섭 재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이달 초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사내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별도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서도 원청과 하청 및 비정규직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중노위 판단에 따라 원청 포스코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했다.

앞서 4월8일 경북지노위가 금속노조의 신청을 받아들여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민주노총 금속노조·플랜트건설노조 소속 하청근로자의 교섭 단위를 분리하라고 판단했고, 중노위에서도 사측의 교섭 단위 분리 결정 재심이 기각되면서 단체별 교섭 촉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오는 24일 파업을 벌이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현대제철비정규직 당진·순천지회와 현대제철내화조업정비지회 조합원 등 2000여명이 생산을 멈추고 참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3월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원청 사업장에 대한 하청노조 교섭요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사업장 439곳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원청 1곳당 평균 2.6건의 교섭 요구를 받은 것이다.

사용자성 등에 관한 노동위 절차가 진행된 원청은 141개소로, 이 중 73%에 달하는 103개소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첫 달(3월) 원청 363개소를 상대로 교섭 요구가 제기된 이후, 4월 42개소, 5월 23개소가 추가되는 데 그쳐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업계에선 하청·비정규직지회의 노동위 조정 신청 급증과 함께 사측의 재심 신청 또한 늘어나면서 양측 갈등이 ‘하투(夏鬪)’를 넘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 HD현대중공업의 사례처럼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각 사례별로 다르게 판단되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 또한 업계 혼란을 가중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 2월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을 통해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하는 등의 업무는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로 판단해 이들에 대한 원청의 작업 요구는 구조적인 통제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으나, 최근 중노위는 한화오션의 급식업체 등 하청근로자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 협력관계까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확장할 경우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혼란을 확대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중노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판단을 지양하고 해석지침과 엄격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통해 산업현장의 혼란 확산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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