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6일 (5)
대박 수익률에도 퇴출?…‘액티브 ETF’의 딜레마 [알경]

대박 수익률에도 퇴출?…‘액티브 ETF’의 딜레마 [알경]

수익률 좋고 순자산 규모 큰 액테브ETF ‘상장폐지’ 잇따라
상관계수 0.7 규정 충족 못한 이유
당국, 규제 완화 검토 중…거래소는 “일단 규정대로”
업계 “투자자 고수익 기회 제한 하는 격”
규제 완화 시 ‘공모펀드 희석+카피 트레이딩’ 우려

승인 2026-06-2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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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임성영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임성영 기자.
최근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운용역이 뛰어난 전략으로 높은 성과를 거둬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올렸는데, 정작 그 ETF는 시장에서 강제로 퇴출(상장폐지)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수익이 잘 났는데도 상장폐지되는,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 사건 뒤에는 ETF 제도를 둘러싼 오래된 규제와 ‘ETF는 어떤 상품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논쟁이 숨어 있습니다.

수익률 대박인데 상장폐지? 범인은 ‘상관계수 0.7’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ETF’를 비롯한 4개 액티브 ETF가 강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특히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는 최근 1년 동안 17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순자산 규모도 430억원에 달해 일반적으로 상장폐지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상품이었죠.

그런데도 상장폐지 대상이 된 이유는 ‘상관계수’라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관계수는 ETF가 비교 기준이 되는 지수(벤치마크)와 얼마나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기준지수가 오르내릴 때 ETF도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닮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패시브 ETF는 코스피200이나 S&P500처럼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관계수가 사실상 1에 가깝습니다. 반면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맞춰 종목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인 만큼 일정 수준의 차이는 허용됩니다.

다만 현행 규정은 액티브 ETF 역시 기준지수와의 상관계수를 최소 0.7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어느 정도의 차별성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기준 이상의 기준지수와의 연동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준을 3개월 넘게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는 거죠.

이번 사례에서는 운용사가 최근 강세를 보인 국내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벤치마크와 다른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그 결과 ETF의 움직임이 기준지수와 점차 달라졌고, 결국 상관계수가 0.7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장폐지 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수익률이 높아서 상장폐지된 것이 아니라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준지수와의 연동성이 규정 수준 아래로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쉽게 말하면 패시브 ETF는 ‘모범답안을 그대로 따라 쓰는 학생’이라면, 액티브 ETF는 ‘자기만의 풀이법으로 문제를 푸는 학생’입니다. 다만 현재 제도는 자기만의 풀이를 하더라도 모범답안과 너무 다른 답을 쓰면 퇴실(상장폐지)시키는 구조인 셈입니다.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 전경. 임성영 기자.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 전경. 임성영 기자.
당국, 규제 완화 검토 중…거래소는 “일단 규정대로”

이 규정을 놓고 금융당국과 시장은 입장의 차이를 보입니다. 자산운용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액티브 ETF의 장점은 적극적인 종목 선택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상관계수 규제가 오히려 운용을 제약한다”고 주장합니다.

금융위원회 역시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상관계수 요건을 폐지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당국에서 업계 의견에 공감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제도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입장이 다릅니다. 거래소는 “법 개정 논의와 별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현행 규정은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상관계수 기준을 반복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사에 대해 신규 ETF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예고했습니다.

이는 각 기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가 제도 개선과 산업 육성을 담당한다면, 거래소는 현재 시행 중인 규정을 집행 감시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운용사들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기준지수를 최대한 따라가는 방식으로 운용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액티브 ETF의 강점인 ‘과감한 종목 선택’보다 규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해진 셈입니다.

운용업계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처럼 고위험 상품 출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액티브 ETF의 운용 자율성을 묶는 상관계수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만난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같은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시급한 게 상관계수 규제 완화였다”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출시하는데 상관계수 규제는 왜 안 풀어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규제를 풀면 생기는 두 가지 숙제

반대로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ETF는 원래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상장‘지수’펀드라는 명칭에 ‘지수’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반면 공모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종목을 고르는 상품입니다.

만약 액티브 ETF가 기준지수와의 연동성마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면 운용 방식은 기존 공모펀드와 거의 같아질 수 있습니다. 차이는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느냐,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파느냐 ‘투자 방법’ 정도만 남게 되는 거죠. 이 경우 투자자들이 거래가 편리한 ETF를 선호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공모펀드 시장이 ETF 시장에 흡수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ETF는 매일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PDF)를 시장에 공개해야 하는데요. 만약 완전한 액티브 ETF가 허용된다면 운용사가 어렵게 발굴한 유망 종목이 매일 공개되고, 경쟁 운용사나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이른바 ‘카피 트레이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운용역이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규제 완화 시행 전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ETF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최근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ETF’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도 같은 고민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와 액티브 ETF 상관계수 논란은 직접적인 사안은 다르지만, 두 사례 모두 “ETF는 어디까지 ETF여야 하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상관계수를 없앨 것이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ETF가 앞으로도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상품’이라는 본래의 성격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거래소에서 편리하게 사고파는 공모펀드’로 진화할 것인지. 시장과 금융당국은 지금 그 갈림길에서 새로운 기준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성영 기자 프로필 사진
임성영 기자
자본시장을 들여다보는게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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