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0일 (2)
[조한필의 視線] 천안시노조 4·3영화 감상과 불법표지판

[조한필의 視線] 천안시노조 4·3영화 감상과 불법표지판

승인 2026-06-30 06: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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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천안시 공무원노조의 4·3항쟁 영화 관람(왼쪽)과 병천면 조병옥 생가에 세워진 ‘과오 표지판’ 모습.
지난 26일 천안시 공무원노조의 4·3항쟁 영화 관람(왼쪽)과 병천면 조병옥 생가에 세워진 ‘과오 표지판’ 모습.
참으로 고민스런 일이다. 지난 26일 천안시청공무원 노동조합은 장기수 시장 당선인 토크 행사와 함께 제주 4·3항쟁 영화 ‘내 이름은’ 관람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영화 관람은 천안시가 오랫동안 처리 못한 사안과 연관지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천안 병천면에서 태어난 조병옥은 1948년 4·3항쟁 당시 미군정청 경무부장으로 강경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민족문제연구소는 조병옥 생가에 4·3항쟁 강경진압 ‘과오 표지판’을 세웠다. 천안시와는 어떤 협의도 없이 단행한 불법적 설치였다. 생가를 관리하는 시 사적관리소가 2차에 걸쳐 자진철거 계고장을 보냈으나 아직 그대로다.

설치 후 8개월이 흘렀다. 시는 불법 설치물임이 분명해도 주변 정황상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제주도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4·3사건이 국가 최악의 폭력사건으로 결코 잊어선 안 될 역사”라며 “국가폭력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시는 2차 계고기간(4월 말)도 종료된 지 한참 지났으니, 이제는 강제 철거에 나서야 할 때다. 그러나 천안시가 자칫 대통령이 말한 ‘잊어선 안 될 역사’를 지우려는 당사자가 될까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 공무원노조가 공동 관람 영화로 4·3항쟁을 골랐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영화 상영 후 진행된 정지영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서는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조합원들은 감독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의 깊은 여운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영화 속에서 조병옥이 어떻게 묘사됐는지 몰라, AI에게 물었다. “조병옥은 제주 4·3의 비극을 낳은 국가 권력의 상징적 인물로, 제주를 강경하게 통제하고 폭력적 진압을 정당화하는 정치지도자처럼 묘사된다”는 답이었다. 조병옥은 역시 영화 속에서 ‘빌런’이었다.

불법표지판 철거 업무를 맡은 시 공무원이 함께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동료들의 영화 감동을 뒤로 하고, 철거 절차에 나서야 하는 그의 발이 쉽게 떨어질까. 29일 이영준 노조위원장은 “(표지판 무단 설치는) 잘못된 일로 본다”며 “시의 합당한 철거 업무진행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병옥은 1910~20년대 미국에 유학(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하면서 친미-반공주의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1925년 귀국 후 독립운동에 참여해 5년간 투옥됐고, 해방 후엔 경찰을 지휘하는 경무부장을 맡아 좌익세력 무력화에 나섰다. 조병옥은 “(남한만의) 총선 실시가 국책으로 결정된 이상 좌우익을 막론하고 반대하는 행동은 위법행위로 엄중 처단할 것”이라며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옹호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이기도 했다. 독재로 치닫던 이승만과 결별하고 1950년대 야당 지도자가 됐다. 그러나 1960년 대선에서 이승만 대통령과의 대결을 앞두고 병사했다. 아들 조윤형과 조세형은 민주당 거물급 정치인이었다. 또 부친 조인원과 남동생 조병호는 유관순 열사 집안과 1919년 아우내만세시위를 주도해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다. 조병옥 집안은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이 깊은 지역 명문가다.

하지만 천안시나 향토사학계는 조병옥의 4·3 강경 진압 때문에 그 집안에 대한 적극적 선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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