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버그로 경기 중단,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 [LCK]

기사승인 2022-07-14 1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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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버그로 경기 중단,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 [LCK]
13일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3세트, 경기가 중단된 모습.   중계화면 캡처

틈만 나면 치명적 버그로 경기가 중단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e스포츠 종목의 민낯이다.

13일 열린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경기에선 세트마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돼 ‘퍼즈(pause)’로 경기가 장시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룬 관련 버그가 이번에도 말썽을 부렸다. 미리 설정한 룬 특성이 게임에 들어가면 적용되지 않는 버그다. 1세트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문제가 인지돼 경기 내용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2세트는 달랐다. ‘구마유시’ 이민형(T1)이 ‘쾌속접근’ 룬이 적용이 되지 않은 것을 뒤늦게야 발견했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T1은 2세트를 패했다.
틈만 나면 버그로 경기 중단,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 [LCK]
3세트 '오너' 문현준의 강타 쿨타임이 빠르게 돈다.  중계화면 캡처

3세트 발생한 버그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T1 ‘오너’ 문현준(신짜오)의 소환사 주문인 ‘강타’의 쿨타임이 빠르게 사라지는 버그가 발생했다. 문현준이 강타를 연거푸 사용하면서 한화생명 ‘온플릭’ 김장겸(리신)의 성장이 막혔다. T1은 이어진 상황에서 바텀 듀오가 연달아 킬을 올리며 대량 득점했고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런데 바텀에서의 사고 직후, 갑작스레 경기가 중단됐다. 김장겸이 앞선 상황에 의문을 표했고, 이를 들은 한화생명 코치진이 심판실에 제보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 대회 관계자는 문현준이 강타를 거듭 사용한 것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해당 시점으로 경기를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T1 바텀이 올린 득점은 전부 없던 일이 됐다. 기술적 결함이 경기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킬 기록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이민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크로노브레이크(경기를 되돌리는 복원 프로그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LCK 측의 아쉬운 대처도 혼란을 가중했다. T1 선수단에 따르면, 3세트 당시 강타가 하나 더 있는 것을 확인한 문현준이 심판에게 이를 수차례 보고했지만 피드백은 없었다. 뒤늦게 경기가 중단 됐을 땐, 이에 대한 사유나 구체적인 상황이 선수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제우스’ 최우제는 “갑자기 퍼즈가 걸려 대기하고 있다 보니까 클라이언트가 꺼지더라. 재접속을 했는데 내가 갑자기 2레벨이 된 거다. ‘이게 어떻게 이러지?’ 당황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경기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차 흐름을 가져온 T1이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선수단이 느낀 피로감은 상당했다. 또한 약 30여 분 동안 경기가 지체되면서, 오후 8시 열릴 예정이었던 젠지 e스포츠와 리브 샌드박스의 경기는 9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비바람을 뚫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덩달아 피해를 본 셈이다.
틈만 나면 버그로 경기 중단, 선수도 관중도 피곤하다 [LCK]
14일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페이커' 이상혁.   쿠키뉴스 DB

LoL e스포츠의 거목 ‘페이커’ 이상혁은 경기 종료 후 작심한 듯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1R 때 게임이 시작되지 않는 버그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유감스럽기도 하고, 오늘 같은 경우나 지난 스프링 시즌에 버그가 발생했을 때 해결 속도가 사유에 비해 너무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인게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우리가 5킬을 선취했는데 사유가 어떻든 재경기를 하게 된 점이 굉장히, e스포츠 선수로서도 그렇지만 팬분들이 보시기에 너무나 e스포츠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라 생각해 많이 유감스럽다”며 “최근 몇 년 동안 프로 선수로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해결해주지 않는 부분도 유감스럽고, 오늘 경기로 인해 많이 실망했다. 이런 부분을 e스포츠 팬들이나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작정한 듯 주최사를 비판했다.  

한편 LCK는 14일 늦은 새벽, 입장문을 내고 2, 3세트 판정 사유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원활하지 못한 진행과 잦은 버그로 불편을 겪은 양팀 선수 및 관계자들과 시청자들, 현장을 찾아주신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오류는 게임 클라이언트 문제, 대회 서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LCK 차원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게임 내 트롤러에 대한 이상혁의 작심발언 이후 관련된 피드백이 나온 만큼, 이번에도 해당 사안에 대한 본사 측의 답변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