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월세에도 참고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3-20 06:05:01
- + 인쇄
치솟는 월세에도 참고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 [쿠키청년기자단]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부동산에 붙은 월세 공고. 높은 보증금과 월세가 눈에 띈다.  사진=김유정 쿠키청년기자

치솟은 대학가 월세로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김소현(21·여·가명)씨는 대학 생활의 설렘보다 현실의 벽을 먼저 마주했다. 김씨는 지난달 20일 학교 후문 근처 원룸에 들어갔다. 19.8㎡(6평) 크기 작은 방의 가격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4만원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 1월 말까지 집을 구했다. 그 사이에도 월세가 계속 올랐다”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 정도가 기본”이었다고 토로했다.

침대, 옷장, 책상만 둬도 꽉 차는 방.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아 빨래에선 꿉꿉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문틈 사이엔 곰팡이가 피기 일쑤다. 김씨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는 “이런 집에 매달 70만원이 넘는 돈을 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여전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미 방을 얻은 학생들도 월세 인상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명륜 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호준(26·가명)씨는 지난 10일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인상 통보를 받았다. 5만원가량 오른 가격이었다. 김씨는 오른 월세에 부담을 느꼈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김씨는 “현재 수험 생활 중이어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방을 빼기 어렵다”며 “불가피하게 계약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치솟는 월세에도 참고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 [쿠키청년기자단]
서울의 대학가 골목에 늘어선 원룸 건물들.  사진=김유정 쿠키청년기자

최근 개강을 맞아 대학가 원룸의 보증금과 월세가 크게 올랐다. 여기에 원룸 매물까지 귀해지면서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월세를 택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은 등록 매물 중 보증금 1000만원, 전용면적 33㎡(109평) 이하의 서울 주요 대학가(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강대, 성균관대) 원룸 평균 월세를 조사했다.

지난 13일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월세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평균 15%의 증가세를 보였다. 평균 월세가 가장 크게 오른 대학은 이화여자대학교다. 50만1000원에서 69만1000원으로 38% 올랐다. 중앙대학교도 39만3000원에서 54만원으로 37% 올랐다. 한양대학교와 연세대학교도 각각 48만원에서 57만7000원, 46만2000원에서 55만4000원으로 20%가량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 신촌 일대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A씨는 코로나19 및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을 월세 인상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수업이 재개된 뒤 학생들이 대학 주변으로 몰렸다”며 “월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인상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전세·반전세로 득을 볼 수 없게 돼 그 반동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도시·부동산 연구소장 김현수 교수 역시 “엔데믹을 맞아 전면 대면 수업이 시작돼 그간 비어있던 원룸이 채워져 월세가 인상됐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받아 건축한 건물주의 부담이 커진 것 또한 월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정 쿠키청년기자 lgimac0122@naver.com
치솟는 월세에도 참고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