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본을 신청한 출판사인 ‘지유샤(自由社)’에 검정 결과를 통보하자마자 일본 정부에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한 것이나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일본 외무성을 항의 방문한 것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응 수위는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다. 2005년 ‘후쇼샤(扶桑社)’의 왜곡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을 때에는 외교부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주일대사가 직접 일본 외무성을 항의방문했었다. 이번에는 일본을 담당하는 조태영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다카하시 레이치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 항의 방문도 대사가 맡지 않았다.
정부는 2005년 당시에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신청한 종류가 총 8종이었고, 이번에는 ‘지유샤’ 1종이기 때문에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 ‘지유샤’ 교과서가 2011년까지 2년밖에 쓸 수 없고 이후 다시 검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참여정부와는 달리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외교 노선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나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를 비롯한 경제 협력 등 일본과 협력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역사 문제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역사는 역사대로 짚고 여타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전면적인 한·일 관계와 결부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월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 한·일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한·일관계의 미래만 강조하면서 낮은 수위로 대응하는 것이 일본의 ‘역사 도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성적인 대응만 하다보면 일본 보수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나올 경우 어떤 수위의 대응을 할 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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