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열차에 타고 있다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된 이영자(74·여)씨는 “잘 달리던 전동차에서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나 열차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며 사고 당시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씨는 “출입문이 안 열려 열차 안에서 다른 칸으로 걸어가 열린 출입문을 찾았다”며 “불이 날까봐 서로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회상했다. 간신히 상왕십리역 플랫폼으로 빠져나온 이씨는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던 부상자들의 피를 보고 한번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에서 들이받은 2260호차 승객 장혜영(24·여)씨는 “대구지하철 사고가 생각나면서 열차가 폭파되는 게 아닌가 싶어 손발이 떨렸다”면서 “밖으로 나가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치일까봐 고민하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따라 나갔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피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정상적으로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승객들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260호차 네 번째 칸에 타고 있던 권유진(20·여)씨는 “남자들이 망치로 문을 열었는데 통로는 막혀 있고 벽이 있어 다시 닫았다”며 “대피명령 등 안내방송은 전혀 없었고, 승무원과 어른 남성들의 지시에 따라 다른 칸으로 대피해 겨우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역시 “방송을 전혀 못 들었다”고 했다.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고 직후 나온 안내방송이라곤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잠시 정차 중’이라는 것뿐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남성 승객은 “전동차 손잡이를 잡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고 정전이 됐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연기가 막 나는 게 보였고, 곳곳에서 ‘불난다’ ‘폭발한다’는 말들이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혼란 속에서도 여성과 노약자를 먼저 대피시키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뒷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어르신이나 여성은 열차와 선로의 높이 차이가 부담돼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부축하거나 안고 함께 선로로 내려왔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다 같이 노약자를 부축해 밖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