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3)
[기자수첩] 내년엔 '택배 비극' 멈출까

[기자수첩] 내년엔 '택배 비극' 멈출까

내년엔 '택배 비극' 멈출까

승인 2020-11-04 16:59:13 수정 2020-11-04 17: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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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올해는 택배 노동자에게 유난히 가혹한 한해였다. 20대 청년부터 50대 가장까지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까지 사망한 14명의 노동자 중 13명은 과로사였고, 1명은 생활고를 이유로 숨을 거뒀다. 배송이 로켓에 비유되며 속도전을 벌이는 시대. ‘비대면 사회’의 빈 공간들은 고작 몇 천원의 배송비로 메꿔졌고, 결국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반면 그동안 택배사들의 이익은 치솟았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20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진 택배 역시 34.7% 성장한 543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도 160억원으로 30.1% 늘었다. 택배3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 증가와 온라인 쇼핑 증가로 올해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

물론, 이면에는 살인적인 물량 폭증이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물동량은 21억 6034만여개로 전년 동기 2억 1500여개와 비교해 20% 폭증했다. 특히 다시 집단감염이 잇따르며 2차 재확산이 발생했던 6월 물동량은 2억 9341만여개로 전년과 비교해 약 36.3% 나타났다.

택배 현장에서는 하루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이 계속됐다. 특히 택배 기사들은 업무 시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보수는 없는 ‘까대기’ 작업에 내몰려왔다. 배송할 물건을 차량에 싣는 분류 작업으로 평소에도 평균 7시간이 걸린다.

택배 노동자들이 더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이 같은 문제들이 예견됐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물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당시 정부와 택배사는 선제적 조치 마련에 미온적이었다. 추석까지 와서야 택배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며 호소에 나서자 그때부터 대책 마련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추가 분류인력 투입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결과는 연이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로 나타났다. 택배사들은 사망자가 10명이 넘어서야 부랴부랴 과로사를 인정하며 입장을 바꿨다. 대표 명의의 사과가 나왔고, 추가 재발 방지 대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인력 4000명 추가 투입과 함께 산재보험 가입, 복지확대 등을 내걸었다. 한진도 비슷한 내용의 대책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전향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또 다른 부실 대책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두고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역할이라는 택배사의 인식·관행 또한 바뀔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고용노동부가 택배회사와 대리점의 부당 사항을 집중 점검하겠다고도 했지만 마땅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과연 택배 노동자의 비극이 끝날 수 있을까.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지난달 대국민사과에서 고개를 숙이며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본인이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말보다는 구체적 시행 시기와 방법이 우선 되야하는 시점이다. 14명의 죽음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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