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7일 (1)
도입 근거 쌓여가지만…국가건강검진에 발 못 들인 C형간염

도입 근거 쌓여가지만…국가건강검진에 발 못 들인 C형간염

승인 2023-02-27 06:00:10 수정 2023-02-27 09: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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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가 최근 주관한 ‘국가검진의 사각지대, C형간염을 말하다’ 국회 정택토론회 모습. 참석자들은 국내 최초로 민간 주도 하에 추진됐던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검진 및 치료 사업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와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심층적 논의를 진행했다.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약 70% 이상이 만성화되며, 이 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을 부른다. 제 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방치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C형간염은 감염을 막기 위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따로 없다. 또 환자 대부분이 이렇다 할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다보니 어떻게 감염됐는지 경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무증상 환자의 활동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백신도, 증상도 없는 C형간염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조기 진단’이란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한간학회 등 전문가단체는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면서 벌어졌던 다나의원 집단감염 이후 C형간염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최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책 연구 결과가 또 하나 추가됐다. 수년째 공전 중인 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이 올해 진전을 보일지 주목된다. 

◇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조건 모두 충족”

지난 1월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에 따르면,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조건 다섯 가지, 즉 △건강 중요도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 가능 여부 △검진법의 수용성 △검진의 이득 △비용 효과를 모두 충족했다. 

연구 보고서를 보면 C형간염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C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간세포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중증질환 위험이 있는 C형간염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중요한 건강문제로 평가됐다. 

C형간염은 심각한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해 적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정됐다. 최근 개발된 경구치료제(DAA)는 치료율은 높고, 부작용 부담이 낮아 유용하다. 8~12주 동안 처방약만 잘 먹어도 98%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검진 방법의 환자 수용성도 충분했다. 기본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 기법의 신뢰도가 높다. ICA 기법을 활용한 일반 면역검사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원활하고 검사·확인 시간도 짧다.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커야 한다는 네 번째 원칙에 대해서는 C형간염 검진이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진행을 끊을 수 있어 이득이 더 크다고 봤다. 

보고서는 또 56~65세를 대상으로 C형간염 국민검진을 실시하게 되면 선별검사 비용으로 361억 원이 소요되지만,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합병증 치료비 558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절감 금액이 투입 비용을 상회해 국가 재정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C형간염은 이미 몇 차례 연구 용역을 거쳐 국가검진 도입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2020년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연구-C형간염 환자 조기발견 시범사업’에서도 C형간염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 비용 효과성이 훨씬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 올해 상반기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상정…“국민건강·보험재정 위해 중요”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C형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 집단감염이었다. 지난 2015~2016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를 시작으로 원주 한양정형외과, 서울 동작 서울현대의원 등 대규모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후 학계를 중심으로 국가검진에 포함시켜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부도 공감했고 근거가 마련되면 국가검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유병률 기준 미충족 등의 이유로 답보 상태는 계속됐다. 필요하다면 확인해보자고 시작했던 정부의 연구 용역 결과들이 국가검진 도입 근거에 무게를 더했지만, 실제로는 진척이 없다보니 책임지는 기관의 입장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C형간염이 전 세계 바이러스 간염 사망 원인의 48%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전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6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바이러스 간염 발생률을 90% 낮추고, 사망률은 65% 줄인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글로벌간염퇴치연합(CGHE)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검사 확대 등 ‘국가 간염퇴치 프로그램’ 8가지 구성 요소를 공표하면서 국가가 C형간염 대응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계획을 실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검진 대상을 성인 전체로 넓힌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세계적 행보에 보폭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이달 15일 대만에서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 2023)에서는 관련 정책 설계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국내외 많은 간학회 전문가들이 참여한 학회에서 C형간염이 국가검진에 발을 들이지 못한 한국 보건당국의 발표가 관심을 모았다.  

APASL 정책포럼에서 곽진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 과장은 “연구, 시범사업 등을 시행해 C형간염 검진이 국가검진 원칙에 부합한다는 근거들을 얻었다”며 “올해 상반기 중 국가건강검진위원회(국가검진위)에 상정하면 논의를 더해 내년이나 내후년 국가검진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조심스러웠다. 박지민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2018년에도 C형간염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안건이 국가검진위에서 다뤄졌지만, 유병률이 낮다는 해석과 비용 효과성 기준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도입 부적정’ 판정이 내려진 전례가 있다. 

최근 가격 싸고, 효과 좋은 C형간염 치료제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만큼 전에 비해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복지부는 이런 상황이 국가검진위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살피는 분위기다.

국가검진에 선별 항목이 새로 제안될 경우 대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의과학적 기반을 먼저 파악한 뒤 전문 위원회에서 논의를 하며, 이어 국가검진위에 상정한다. 국가검진위 검토까지 마치게 되면 복지부가 전반적 계획, 시스템 개선, 검진 운영을 위한 예산을 책정한다. 

박 사무관은 “한국의 국가검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 주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C형간염 검사를 항목에 포함하는 것은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APASL에서 대한간학회 정책이사로서 발제를 한 장재영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선 질병 관리도 우선순위를 두고 전개하다보니 여러 조건을 따지다보면 C형간염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은 뒤로 밀릴 수 있다”면서도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C형간염은 국가검진 도입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관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학회 연구사업 결과 C형간염 검사를 국가검진에 넣으면 주요 간질환 발생률이 유의하게 줄고 모든 연구 대상 연령에서 비용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 건강과 보험 재정을 위해 C형간염을 국가검진에 넣는 일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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