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를의 빛나는 별, 가스등 그리고 <밤의 카페 테라스>
1888년 여름, 빈센트 반 고흐는 아를에 머문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밤의 카페 테라스>를 완성했다. 그가 스스로 설정한 과제는 까다로웠다—검은색 없이 밤을 표현하는 것.
오렌지 빛 테라스와 따뜻한 벽면은 강렬한 빛 속에서 반짝이고, 이를 감싸는 깊은 파란색과 초록색은 대비를 이루며 화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색이 빚어내는 생동감 있는 분위기였다.
카페를 비추는 가스 램프의 노란빛은 별이 빛나는 하늘의 푸른색을 더욱 짙게 만들며, 빈센트가 애착을 가졌던 무더운 여름 밤의 평온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가 그린 밤은 어둠이 아닌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밤을 색으로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편지 속에서 작업의 몰입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또 12시간을 단번에 잠들었다.
빈센트는 이 순간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색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깊은 푸른 하늘과 황금빛 조명의 조화는 마치 별이 빛나는 밤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듯했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빈센트가 그린 밤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속에서 색은 단순한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표현이자 빛을 향한 탐구이다. 그의 창문 표현 방식에 주목하면, 초록색 위에 노란색을 덧칠하고, 파렛트 나이프로 창틀을 긁어 초록색이 다시 드러나도록 했다. 이 기법은 마치 빛과 그림자가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색의 깊이를 강조한다.
비슷한 기법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에서도 볼 수 있다. 파브리티우스는 깃털을 묘사할 때 마찬가지로 색을 겹쳐 칠한 뒤 특정 부분을 긁어내며 질감을 강조했다. 반 고흐도 이러한 실험적 접근 방식을 통해 창문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빛과 조화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보도 블럭에서도 색의 탐구는 이어진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연두색, 짙은 초록색—그림 전체에 사용된 색이 모두 길 위에서도 반복되며 화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의 붓질 속에는 규칙을 깨뜨리는 듯한 자유로움이 있고, 이를 확대해 보면 캔버스의 마포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 두 통에는 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그가 담고자 했던 감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편지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빈센트의 예술적 실험과 색채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또 다른 작품이 된다.
희망의 빛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9월, 빈센트는 창작의 열정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이른 시간 그는 테오에게 편지를 쓰고 곧장 정원으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 첫 작품을 마친 후 다시 새 캔버스를 펼쳐 또 한 점을 완성했고,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펜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이토록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이곳의 자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하늘은 깊고 푸르며 태양은 창백한 유황 빛으로 반짝인다.”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천상의 빛처럼 부드럽고 매혹적이라고 표현하며 규칙을 잊은 채 오직 순간의 감동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집 맞은편의 정원을 소재로 한 그림 세 점, <밤의 카페 풍경>과 <밤의 카페 테라스>, <해바라기>, 그리고 <외젠 보흐의 초상화> 붉은 태양과 모래 부대를 옮기는 사람들, 오래된 물방앗간까지—그의 붓 끝에서 끊임없는 창작이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생생히 기록되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의 작업이 1888년 9월에 이루어졌음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렇게 창작에 몰두하던 어느 날, 물감과 캔버스가 모두 소진되었다. 지갑까지 텅 빈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물감으로 마지막 캔버스를 채웠다. 녹색을 표현했지만 녹색 물감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프러시안 블루와 황토색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냈다.
이 순간, 빈센트는 더 이상 어떤 의문도 남아 있지 않았다. 희망을 품고 긍정적인 자신감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며 걸작을 탄생시켰다. 육체적 고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찾아냈고, 그 희망의 빛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의 그림 속에서 ‘희망의 별’이 빛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별을 찾아 떠나야 한다. 빈센트가 남긴 빛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반짝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밤, 별빛 속에서 살아나다
빈센트는 ‘보는 것을 그린 화가’였다.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앞의 별빛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려 했다. 천문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그의 그림 속 별자리는 1888년 9월 16일 또는 17일의 밤하늘을 정확히 반영한다.
별이 반짝이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흰 물감 튜브에서 직접 물감을 캔버스에 짜 넣으며 두터운 마티에르를 만들었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노란색 물감으로 덧입혀 강렬한 빛의 흔적을 남겼다. 이러한 독특한 표현 기법은 그의 그림을 확대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빈센트의 붓질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만큼 강렬한 감동을 준다. 물감의 두께와 질감을 통해 별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며, 얇게 칠해진 고갱의 그림과는 또 다른 진정성과 열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유리를 통해 선명히 볼 수 없어도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바라보게 된다.
그는 언제나 물감과 캔버스를 걱정하며 동생에게 돈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쓰곤 했다. 그의 삶은 불안했지만 그의 그림 속 별들은 언제나 희망으로 빛났다.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반 고흐 갤러리로 들어서면 <밤의 카페 테라스>가 <조셉 룰랭의 초상>과 <랑그루아 다리>와 빛을 발하며 우릴 반겨준다.

미술관의 푸르른 숲이 부드럽게 감싸는 공간 속에서 120여점의 조각들이 우릴 유혹한다.
그 중 가장 매혹적인 작품은 어느 미술관에서도 볼 수 없는 장 뒤퓌페의 <에나멜 정원>이며,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펼쳐진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조각은 더 이상 감상만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된다. 퐁피두 센터 한 방에 설치된 비슷한 장 뒤퓌페의 작품이 있지만, 이 곳에서 느낀 감흥을 되살리긴 어려웠다.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손길을 거부하며 거리를 두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다가와 관람객을 품어 준다.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움직임과 호흡이 깃든 조형물 속에서 놀이는 예술이 되고, 예술은 놀이로 변모한다. ‘호모 루덴스’를 정의했던 요한 하우징어의 말처럼 ‘놀이란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 문화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거대한 조형물 위를 뛰어오르고, 기대어 쉬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모든 경계는 흐려지고 자유로움만이 남는다. 예술과 인간, 놀이와 공간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우리는 어느새 즐거움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끝>
최금희 작가는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전 세계 미술관과 박물관을 답사하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직접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미술 사조, 동료 화가, 사랑 등 숨겨진 이야기를 문학, 영화, 역사, 음악을 바탕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50플러스센터 등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