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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신 ‘AI 투자’ 택한 유럽”…EU DNA법, 韓 통신정책에 던진 메시지 [현장+]

“규제 대신 ‘AI 투자’ 택한 유럽”…EU DNA법, 韓 통신정책에 던진 메시지 [현장+]

KTOA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 개최
유럽 ‘디지털 네트워크법(DNA)’ 해부
규제 풀고 생태계 육성으로 패러다임 전환

승인 2026-04-15 18:29:11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사옥에서 열린 '제8회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EU DNA법의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이 국내 통신·플랫폼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망사용료와 주파수, 망중립성, 위성통신 등 통신정책 전반을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으로 한국 역시 중장기 전략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사옥에서 열린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EU DNA 법안의 주요 정책과 시사점을 짚었다.

조 교수는 “EU DNA에는 유럽 전역의 네트워크 규칙을 손질해 내부 시장을 강화하고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연결 인프라의 독자성과 회복력을 높이려는 취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DNA법은 기존 EU 통신법인 ‘유럽 전자통신코드(EECC)’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법안이다. 그동안 국가별로 통신 규제가 달라 시장이 쪼개지고, 서비스 도입 시차도 벌어지면서 ‘하나의 시장’이라는 취지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DNA법은 국가마다 따로 적용되던 통신 규제를 하나의 틀로 묶으려는 시도다. 기존에는 각 나라가 별도로 법을 만들어 적용하면서 시행 시기와 기준이 제각각이었고, 이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하나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EU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에 동시에 적용되는 규정 형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DNA법은 EECC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플랫폼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에 이어 네트워크 영역까지 하나의 정책 틀로 묶으려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제도 설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DNA법이 규제를 단순화하기보다 새로운 절차와 기준을 더해 복잡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규정이 늘어날 경우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U 차원에서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각국 규제기관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개별 국가 규제 기관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민감한 사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위임한 점이나,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바뀔 불확실성도 한계로 꼽힌다. 유럽의회와 각료이사회 논의를 거치면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크고, 이해관계자 간 조율 과정에서 초기 방향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DNA법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통신망을 AI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연결성·독자성·회복력 확보를 정책 중심에 둔 점이 대표적이다. 주파수 정책과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등 투자 여건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국내 시사점도 적지 않다. 망사용료와 플랫폼 책임,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EU의 규제 재편이 정책 논의의 참고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투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교수는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으로서 네트워크가 가져야 할 필수 요소는 연결성(Connectivity), 독자성(Sovereignty), 회복력(Resilience)”이라며 “앞으로의 통신 정책은 물리적인 망을 넘어 그 위에서 형성되는 산업 생태계 전체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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