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2)
6년 전 ‘응급실 뺑뺑이’ 끝에 아동 사망…法 병원 2곳에 “4억 공동 배상”

6년 전 ‘응급실 뺑뺑이’ 끝에 아동 사망…法 병원 2곳에 “4억 공동 배상”

편도선 제거 수술 뒤 출혈…응급실 ‘치료 거부’
‘의료분쟁조정법’ 특례 조항 삭제 촉구

승인 2026-04-16 09:50:35
2024년 9월10일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열린 환자샤우팅카페 행사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김동희군의 어머니인 김소희씨가 아이 사진을 옆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년 전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해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고(故) 김동희군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료기관들의 공동 책임을 인정하고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김군 유족이 병원 2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에게 원고 청구액의 70%인 약 4억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군은 지난 2019년 10월 경남 양산에 있는 A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여 부산에 있는 B병원을 찾았다. 김군은 B병원에 입원 중 상태가 악화됐지만, 해당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군을 치료하지 않고 119구급대에 인계했다.

당시 의식이 없던 김군을 이송하던 119구급대는 그가 최초 수술을 받은 A병원 소아응급실로 연락했으나 ‘심폐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사실상 치료를 거부당했다. 결국 김군은 20㎞ 정도 떨어진 부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김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듬해 3월 숨졌다. 당시 나이 만 4세였다.

재판부는 “편도제거수술을 받은 뒤 119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이송 중이던 응급환자의 수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상급종합병원과 미신고 대리 당직 상태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2차 병원의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유족인 김군의 어머니에게 애도의 뜻과 위로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단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지역 경찰청 의료수사전담팀과 의사 면허를 가진 검사의 전문 수사가 있었기에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며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왜 형사고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또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고소와 수사가 없었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 중 출혈 부위에 과도한 소작술을 하고도 관련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허위 기재한 정황 △2차 병원에서 미신고 대리 당직 의사가 직접 치료하지 않고 119 이송만 지시한 정황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기피한 정황 등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1심에선 편도 제거 수술을 집도한 상급종합병원 의사와 환자 수용을 거부한 의사 등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진료기록 허위 기재와 관련한 의료법 위반 혐의, 응급환자 수용 요청 거부와 관련한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환단연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특례 조항 삭제도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한 경우 임의적 형 감면 규정을 두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거나 의료사고 손해배상 책임보험 등을 통해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단연은 “피해자나 유족 의사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되면 이번 사건처럼 의료인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와 유족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형사특례 조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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