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제도 개편에 나선다. 취약계층의 건강 취약성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단순 의료비 지원을 넘어 예방·관리, 치료, 재활, 돌봄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지원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17일 오전 ‘2026년 제1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 수립 방향 △재가의료급여·통합돌봄 연계 방안 △2026년 1차 추경예산 편성 내용을 보고·검토했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오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될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의료급여 기본계획은 3년마다 제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이다. 특히 2027년은 의료급여의 전신인 의료보호 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의료급여 제도가 취약계층의 건강과 삶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했는지 점검하고, 문제 해결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전반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 취약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만성질환자 비중은 2014년 63.1%에서 2024년 84.4%로, 정신질환자 비중은 같은 기간 22.3%에서 35.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급여를 단편적인 진료비 지원 제도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 치료, 재활, 돌봄까지 포괄하는 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특히 예방과 사후관리를 강화해 중증 악화를 막고, 복지·주거·돌봄 제도와의 연계를 확대해 의료 외 복합적 욕구 미충족이 불필요한 의료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을 중심으로 전문가 작업반을 구성해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의료급여심의위원회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재가의료급여와 통합돌봄 연계도 강화된다. 재가의료급여는 장기 입원 중인 의료급여 수급자가 퇴원 후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돌봄·식사·이동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24년 7월부터 전국 시행에 들어갔으며, 2025년 12월 기준 누적 6440명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했다.
성과도 확인됐다. 2025년 12월 실시한 재가의료급여 대상자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도는 88.0%, 재입원 미고려 응답은 95.3%로 집계됐다. 다만 현재 제도가 퇴원 수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사회적 입원 우려가 큰 지역사회 노쇠 수급자까지 대상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원 기간이 최대 2년에 그쳐 종료 이후 지역사회 정착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복지부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재가의료급여와 통합돌봄 간 연계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노쇠 수급자 발굴과 지원 협력을 통해 사회적 입원을 사전에 막고, 공공·민간 자원을 공동 활용해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끊김 없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재가의료급여와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함께 추진해 온 13개 시·군·구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연계 모델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 시범 적용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6년 1차 추경을 통해 의료급여 진료비 지원 예산 2828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 의료급여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의료급여 본예산은 국비 기준 약 9조8400억원 규모다. 이는 제도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2025년 8조8223억원보다 1조177억원, 11.5%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는 163만9000명으로, 당초 예산 편성 당시 추계한 160만7000명을 3만2000명 웃돌았다. 정부는 진료비 부족을 막기 위해 약 5만 명 증가를 반영해 2828억원을 추가 편성했고, 이에 따라 전체 예산은 10조2112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의료급여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는 한편, 예산과 실제 지출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계모델 고도화와 재정관리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에서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의료급여는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며 “취약계층의 건강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재정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