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록부터 차별까지가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데,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공익소송을 해도 패소하면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하니까 많이들 포기하십니다.”
김진영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8년이 됐음에도, 현실 장애인들의 권리구제는 제도가 만드는 벽에 부딪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17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 국회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쿠키뉴스에 이같이 전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98조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의 공익성 등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을 당사자들이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소송비용의 특례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즉 장애인차별금지 공익소송 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장애인 권리구제를 위한 공익소송의 승소율은 높지 않다. 김 변호사는 “패소비용 부담이 있다 보니 애초에 승소가능성이 있는 소를 제기하는데도 승소율이 낮은 편”이라며 “10건 중 3건이라도 이기면 꽤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 장애를 가진 원고 8명이 각각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월 판결에서 전부승소는 8명 중 단 한 명 뿐이었다”고 돌이켰다. 법령상 설치돼 있어야 할 편의시설이 없는 것을 지적하는 소송이었다. 나머지 7명은 전부패소 또는 일부 패소했다. 전부패소 원고는 소송비용 100%를, 일부패소 원고는 소송비용 50%를 부담하게 됐다.
특히 근래에는 소송비용 전액부담의 ‘벽’때문에 장애인 등록부터 난관이 많다는 전언이다. 김 변호사는 “경계선 지능인이나 후유증을 겪는 암 환자 등도 장애인으로 등록해야 여러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많다”며 “등록 여부를 다투기 위해 공익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비용 부담으로 제기 자체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지민 화우공익재단 변호사도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인권위 진정이나 행정심판을 거쳐도 결국 소송만이 유일한 해법인 경우가 많다”며 “차별의 심각성보다도 승소가능성과 경제적 여력을 검토해야 하는 현실이 법률가로서 참담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외에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내 여러 기관이 공익소송에서 비용 부담 완화를 지속 권고해 왔다”며 “소송비용 때문에 권리구제를 포기하고, 차별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당사자마저 비용부담으로 걸러지는 구조가 지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공익변호사로 일하며, 거주시설 직원의 학대로 사망한 중증장애인의 유족을 대리해 국가와 지자체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면서도 “판결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와 지자체는 일부패소를 이유로 학대 피해자 유족에게 2000만원 소송비용을 청구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법원이 장애인의 일실이익을 인정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을 낮게 산정하는 탓에 장애인은 구조적으로 소송에서 불리하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패소 부담을 과도히 떠넘기는 탓에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는 공익소송 시도조차 주저한다”며 “비장애인과는 달리 장애인은 피해를 입어도 차별을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패소자부담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이 원고의 소송비용을 ‘감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부담한다는 점에서 약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호하는 합리성이 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소수자뿐 아니라 이전에도 우리나라에서 공익소송만큼은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애초에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토록 하는 다른 나라들도 많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소송비용 각자부담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4일에 발의돼, 15일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