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제의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 제품과 동아에스티(동아ST), LG화학 등 국내 기업 제품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사들은 처방 편의성을 높인 신규 디바이스 출시와 급여화를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에 관심이 모인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화학과 동아에스티는 잇따라 아이와 보호자의 성장 치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기존 제품에 변화를 준 신규 제품을 출시하고 나섰다.
성장호르몬제는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GHD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키 성장이 느리고 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성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성인 때 신장이 매우 작아지며 사춘기가 늦어질 수 있다.
치료제는 복부나 허벅지, 엉덩이 등 피하조직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대개 어린 나이에 시작해 최소 1년 이상 투여한다. 일반적으로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저신장 정도가 심할수록 △치료 기간이 길고 투여 용량이 충분할수록 더 큰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바이스 다변화…투약 심리적·물리적 부담↓
LG화학은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의 주사액 카트리지 교체형 제품 세트인 ‘유트로핀에코펜48’과 에코펜 전용 주사액인 ‘유트로핀카트리지주48IU’를 출시했다. 이는 장기간 반복되는 주사 과정에서의 심리적·물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디바이스가 영향을 준다는 고려에 따른 것이다.
에코펜은 기존 카트리지 일체형 제품과 달리 사용자가 전용 카트리지인 유트로핀카트리지주48IU를 주사기에 결합 교체해 펜 디바이스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이번 신규 제품 개발은 약물전달 디바이스 전문업체인 스위스 ‘입소메드’와 협업했다.
신규 제품에는 손의 압력이 아닌 스프링 구동 기반의 반자동 주입 방식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작은 손의 아이들도 누르는 힘이 아닌 스프링의 장력을 통한 손쉬운 자가 주사가 가능해졌다. 주사 버튼의 길이도 투약 용량과 관계없이 3㎜로 고정시켜 낮은 주사 압력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카트리지 마지막 회차 투약 시에는 잔량 이상으로 주사 용량을 설정할 수 없도록 잔량 맞춤 용량 설정 기능도 적용됐다.
같은 소마트로핀 성분의 동아에스티의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은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 장애로 인한 성장부전 등을 시작으로 점차 적응증을 확대하고 치료 편의성을 개선하며 처방 수요를 넓혀왔다. 지난 1월엔 디지털 펜 타입의 ‘그로트로핀-Ⅱ 펜’을 출시했다. 0.2IU 단위의 정밀 용량 조절이 가능하며, 1회 최대 15IU까지 투여할 수 있어 고용량 투여가 필요한 환아까지 사용 가능하다.
그로트로핀-Ⅱ 펜도 주사침이 직접 노출되지 않는 안전 덮개를 적용해 사용 안전성과 환아 친화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투약 시작과 종료 시 음성 안내와 함께 진동 알림이 작동해 투약 진행 여부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그로야’ 5월 급여…“환자 편의 증대”
국내 기업들이 환아 편의성을 높인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전략을 택했다. 환아 가족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건강보험 급여화에도 나섰다.
지난 2023년 화이자는 주 1회 장기 지속형 성장호르몬제인 ‘엔젤라’(소마트로곤)를 출시해 급여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엔젤라는 매일 맞는 제품 대비 통증이 크다는 점과 유통망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선점한 점유율 확보에 실패,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유트로핀은 38%, 동아ST의 그로트로핀은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소그로야’(소마파시탄)는 기존 주 1회 치료제의 최대 약점이었던 통증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해 시장 재편 도전에 나섰다. 소그로야는 지난 2024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오는 5월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의 경우 역연령 기준 신장이 3퍼센타일(백분위) 이하이고, 2종 이상의 성장호르몬 유발검사를 통해 확진된 환자 중 골연령이 역연령보다 낮은 경우에 급여가 인정된다. 기질적 원인에 따른 뇌하수체 기능 저하 환자도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성인성장호르몬결핍증의 경우에는 시상하부·뇌하수체 질환 등에 기인한 2차성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서 프로락틴을 제외한 다른 호르몬 결핍증이 하나 이상 동반되고, 적절한 대체요법을 시행 중인 환자라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제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약 14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3년 약 4445억원으로,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저신장증(처방코드 E343)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2019년 3만4600명에서 2023년 5만1280명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환아 투약 편의성을 높인 디바이스 다변화와 급여 적용은 시장 성장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 주사제를 맞으며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겪었던 환자와 투약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보호자의 부담이 줄어들어 투약 편의성과 약제 순응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존 치료제보다 주사 시 통증을 줄인 치료 옵션이 등장한 만큼,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경감돼 장기적인 환자 편의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