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수단 중 하나로 히트펌프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효율 전기난방으로서 화석연료 사용 감축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급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부터 주요 지자체를 통해 보일러 사용가구가 히트펌프를 구입·설치하면 설치비의 70%(국비 40%·지방비 30%)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비 144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히트펌프는 공기·물·땅 속에 존재하는 열을 모아 압축한 뒤 온수·난방열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에어컨이 실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작동한다.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보일러 대신 전기로만 작동해 친환경적이다. 투입한 에너지 대비 3배가량의 에너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현 정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면서 에너지 대전환의 일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히트펌프를 69만대,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주요 기업도 정부 정책에 맞춰 히트펌프 제품군 확대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한 EHS(삼성)와 써마브이(LG)를 최근 출시하고, 히트펌프 관련 주택시장부터 공략에 나섰다. 업계는 2035년까지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3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초기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과제도 상존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히트펌프의 설치비용은 표준 설치 기준 약 1400만원으로, 보일러(100만~200만원) 대비 매우 높다. 현재 정부 보조금 정책에 따라 실제 부담금은 약 400만원대로 책정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으로 사실상 정부 정책으로만 보급 확대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의 계절적 특징에 따른 효율 저하 문제도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겨울철 외기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 냉매가 확보해야 하는 온도 차가 커져 COP(성능계수)가 2.0 이하로 낮아진다. 정부는 중온(55도) 기준 SCOP(계절성능계수) 3.3 이상, 저온(35도) 기준 4.5 이상을 검토 중인데, 난방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이나 강원 등 북부지역에선 기준 충족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시행 중인 보조금 정책 역시 제주·경남 등 남부지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엄격한 기준은 필요하지만 국내 특성을 고려한 하한선이 형성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는 투입 대비 2.5는 나와야 최소한 재생에너지로 볼 수 있고, 그 이하는 화석연료로 난방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을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우리와 다른 유럽의 공식을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되며, 이론치가 아닌 동절기 실측 COP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정계수 산정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히트펌프 특성상 전력 수요 급증 문제도 존재한다. 각 가정마다 화석연료를 사용했던 난방 수요가 일제히 전력망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11%다. LNG(액화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50% 이상으로 높다. 결국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려면 현재로서는 또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겨울철엔 떨어진 히트펌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일조량이 줄어 태양광 등의 발전효율은 낮아지는 형태다.
히트펌프가 전국 주거형태의 60%를 차지하는 아파트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외기 공간 차지, 소음 문제, 단지별 난방구조 차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개별가구 단위의 히트펌프 공급과 더불어 단지별 전력망 및 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난방의 전기화는 탄소중립의 필수 요소지만, 전력시장 및 전기요금 체계 개편, 성능 개선 등 기술개발 지원이 동반되지 못하면 모순점을 남길 수도 있다”면서 “히트펌프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관련 규정·고시 등이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