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벼랑 끝에서 연기했다고 할까요. 그간 필모그래피로 빌드업한 진심이 ‘기리고’에서 터져 나왔던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현우석(25)은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 한국 첫 YA(영 어덜트) 호러 시리즈 ‘기리고’에서 하준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은 직후였다. 하준은 수학 모의고사 만점이 놀랍지 않은 모범생이자 전자기기를 능히 다루는 브레인이다. 또한 대기업을 갑작스레 퇴사하고 무당이 된 누나에게 상처받은 소년이자 세아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순정파다. 현우석은 이렇게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제 옷처럼 소화해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진심’이 통한 셈이다.
현우석은 처음부터 하준에게 꽂혔다. 세아(전소영)의 남자친구 건우(백선호)도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봤지만 마음이 간 것은 역시나 하준이었단다. “건우도 탐나긴 했지만 하준이가 세아를 좋아하는 100%의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냉정하다고 표현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 표현이 많아지잖아요. 방울(전소니), 햇살(노재원)과의 관계성도 눈에 확 들어오고 잊히지 않더라고요. ‘시니컬하고 냉철한 친구인데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 더 보여주면 얼마나 매력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캐릭터를 만난 것 같았죠.”
하준을 향한 애정만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준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코딩까지 배웠다. “이 친구가 되게 똑똑하잖아요. 항상 현장에 일찍 가서 코딩을 배웠어요. 타자도 열심히 연습했고요. 실제로 영어 타자 속도가 빨라졌어요(웃음). 또 인물을 둘러싼 관계성을 많이 들여다보려 했어요. 겉으로 티를 안 내도 (하준의) 눈에서는 (감정이) 보여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세아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누나를 몇 년 만에 마주했을 때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것들을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톤도 뜨지 않게 잡으려고 했고요.”

‘기리고’는 저주가 깃든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신선함과 연기력 모두 지닌 배우들의 활약으로 참신한 재미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서린고 5인방 하준, 세아, 나리(강미나), 건우, 형욱(이효제)의 케미스트리가 주효했다. 이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1위라는 성과가 방증한다. 현우석은 출연진간 호흡이 어땠는지 묻는 말에 “5인방이랑 다니면서 현장에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저는 긴장하면 밥을 잘 못 먹어요. 그런데 다들 저한테 혼자 있지 말라고 밥심으로 힘내서 찍으면 된다고 했어요. 진짜 밥이 들어가더라고요. 혼자 부담감과 불안함을 표출하지 못한 나날이 많았는데 새롭게 배웠던 현장이었어요.”
현우석은 하준 그리고 방울과 햇살의 서사를 그리는 과정에서도 성장했다. 특히 방울로 분한 노재원을 “귀인”이라고 칭해 배경을 궁금케 했다. “세 사람의 서사가 대본에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배님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전사를 만들어 갔어요. 셋이 밥도 많이 먹고 커피도 많이 마셨죠. 노재원 선배님은 제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에요. 제가 힘들어하면 촬영 끝나고 1시간 동안 통화해 주시곤 했어요. 제게 빛나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선배님 눈만 보고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소니 선배님은 이런 호흡은 어떤지, 이런 감정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면서 저를 끌어주셨어요. 두 분의 존재감이 엄청났어요.”
이처럼 또 한 번 배우로서 발돋움한 현우석이지만, 그는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2019년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이듬해 같은 플랫폼의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주목받았다. 스크린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힘을 낼 시간’, ‘너와 나의 5분’ 등 독립영화의 주연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리고’로 시리즈 첫 주연 데뷔까지 무사히 마쳤다. 좋은 흐름에 올라탄 그는 “행운”이라면서도 “꾸준하게 성장하려는 태도가 제 장점”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뭐가 부족한지 인지하다 보면 좋아진다고 믿어요. 그래서 자기객관화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겸손하게 행동한다거나 인사를 잘한다거나, 기본적인 것들을 잘하려고 하고요. 잘하는 배우분들은 너무 많으시잖아요. 부끄럽게 보이진 말자는 생각으로 항상 작품을 대하려고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