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2)
[쿠키과학] IBS, 원하는 순간만 유전자 끄는 ‘분자 스위치’ 개발

[쿠키과학] IBS, 원하는 순간만 유전자 끄는 ‘분자 스위치’ 개발

제브라피시·인간 줄기세포·오가노이드까지 적용 범위 확장
한 번 삽입으로 유전자 기능 제어, 실험 시간·복잡도 감소
308종 척추동물 유전체 기반 공개 플랫폼 ‘GenPos-SCON’ 구축
희귀질환·재생의학·발달생물학 연구 활용 기대

승인 2026-05-20 1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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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N 시스템을 이용한 조건부 녹아웃. IBS
SCON 시스템을 이용한 조건부 녹아웃. IBS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유전자도 원하는 시점에만 선택적으로 끌 수 있는 ‘분자 스위치’ 기술이 등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구본경 유전체교정연구단장팀은 특정 시점에 유전자 기능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SCON)’ 기술을 제브라피시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등 다양한 생물 종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생명체 유전자 기능을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특정 유전자를 끄고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는 완전히 제거하면 세포나 개체가 즉시 사멸해 역할을 규명하기 어려웠다.

대안으로 원하는 시점에만 유전자 스위치를 끄는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 기술을 고안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특정 DNA 서열을 같은 염색체 위에 정확히 삽입하는 방식으로 생쥐 모델에 최적화돼 발전하면서 제브라피시나 인간 줄기세포 모델에서 삽입 효율이 매우 낮아 실험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팀은 SCON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했다.

SCON은 유전자 안에 아주 짧은 인공 DNA 조각을 삽입하는 기술이다.

평소 세포가 이 조각을 자연스럽게 제거해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필요할 때 특수 재조합효소를 작동시키면 유전자 기능만 선택적으로 꺼진다.

이 방식은 한 번 삽입만으로 분자 스위치를 완성해 수백 개 세포를 일일이 검증하지 않고도 실험 규모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SCON 기반의 조건부 녹아웃 모델. (가) 제브라피시 SCON 모델 체색 유전자에 SCON을 삽입한 뒤 특수 효소를 작동시키자 몸 색이 옅어졌다. 살아있는 개체에서도 원하는 시점에 유전자 기능을 선택적으로 끌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SCON 모델 세포 성장 관련 유전자에 SCON을 적용하자 특수 효소 작동 후 단백질 신호가 크게 감소했다. 인간 줄기세포에서도 안정적인 유전자 제어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다) 장 오가노이드 SCON 모델 생쥐·쥐·닭·박쥐·돼지·원숭이 장 오가노이드에서도 SCON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 다양한 동물 종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인했다. IBS
SCON 기반의 조건부 녹아웃 모델. (가) 제브라피시 SCON 모델 체색 유전자에 SCON을 삽입한 뒤 특수 효소를 작동시키자 몸 색이 옅어졌다. 살아있는 개체에서도 원하는 시점에 유전자 기능을 선택적으로 끌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SCON 모델 세포 성장 관련 유전자에 SCON을 적용하자 특수 효소 작동 후 단백질 신호가 크게 감소했다. 인간 줄기세포에서도 안정적인 유전자 제어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다) 장 오가노이드 SCON 모델 생쥐·쥐·닭·박쥐·돼지·원숭이 장 오가노이드에서도 SCON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 다양한 동물 종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인했다. IBS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제브라피시에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했다.

색소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에 SCON을 삽입하고 특수 효소를 활성화하자 제브라피시 체색이 옅어졌다.

발달에 필수적인 유전자 기능을 열 자극으로 선택적으로 억제하자 부레 형성 이상과 꼬리 변형이 나타났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도 원하는 시점에만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인간 줄기세포에는 세포 성장과 발생에 중요한 유전자에 SCON을 삽입하고 약물을 처리하자 단백질 신호가 크게 감소하고 일부 세포는 시간이 지나며 사멸했다.

아울러 생쥐, 쥐, 닭, 박쥐, 돼지, 원숭이 등 6개 동물 종 장 오가노이드에서도 SCON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매우 다양한 동물 종과 세포 모델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308종 척추동물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조건부 유전자 제거 실험 설계를 지원하는 웹 플랫폼 ‘GenPos-SCON’을 구축했다.

연구자들은 원하는 생물 종과 유전자를 입력하면 유전자 가위 표적 위치와 SCON 최적 삽입 위치 등 신뢰할 만한 설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구 단장은 “이번 연구의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해 인간 질환 연구와 발달 생물학 연구가 한층 정밀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희탁 연구위원은 “우수한 기술이라도 접근성이 낮으면 연구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생물 종과 유전자에 따라 바로 활용 가능한 설계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얻게 구축한 플랫폼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IBS 최정화 선임연구원·문지훈 파견연구원·오영철 연수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이희탁 연구위원과 윤기준 KAIST 조교수, 우동호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Universal conditional knockout approach to multiple species, from fish to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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