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와일드 씽’은 해체한 지 20년 만에 재기할 기회를 마주한 혼성 3인조 트라이앵글의 이야기다.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는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분투를 벌이는 세 사람을 조명한다. 작품 베이스가 코미디라면 킥은 그때 그 시절 음악이다. ‘와일드 씽’ OST이자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러브 이즈’(Love is)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트라이앵글 멤버가 가창했다. 황현우, 변도미, 구상구로 각각 분한 배우 강동원, 박지현, 엄태구가 불렀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재곤 감독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을 체크했다. 강동원 씨와는 노래방을 갔다”며 “음역대와 음색을 알아야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 박지현, 엄태구의 과제는 노래뿐만이 아니었다. 2000년대 갓 데뷔한 가수의 비주얼을 구현해야 했고 안무 연습에도 매진해야 했다. 당시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섭외했다면 촬영이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손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를 묻는 말에 “전성기에서 20여년 지난 설정인데 그 나이대 가수 출신 연기자가 많지 않고 배역에 어울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각 장르에서 유명하신 분들보다 캐릭터와 드라마에 충실한 연기자를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시작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세 배우는 손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지현은 그 자체로 역할에 착 달라붙었고, 내향인으로 잘 알려진 엄태구는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자처했다. 특히 ‘댄싱머신’ 캐릭터를 맡은 강동원은 연습을 거듭해 헤드스핀을 소화했다. 손 감독은 강동원의 열정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지방 촬영 가면 휴차가 있는데 그때마다 숙소 인근 연습실을 빌려서 따로 연습했다. 스스로 기준을 높이 세우고 해줘서 다른 사람들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문자 그대로 특별했던 오정세의 특별출연도 주목받고 있다. 그가 연기한 최성곤은 트라이앵글에게 매번 1위를 빼앗겨 2위에 그친 비운의 발라더다. 작중 코미디를 책임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활약이 대단하다. 그러나 손 감독은 “처음에는 이 작품에서 특별하다는 걸 못 느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항상 다른 작품에서도 임팩트를 남겼었으니까 크게 생각을 못 했는데 어느 순간 제작진이 오정세 씨한테 반응하더라”며 “워낙 잘하고 경험도 많다. 배우에게 대본을 넘기면 언젠가 감독을 따라잡는다. 오정세 씨도 캐릭터를 잡고 스스로 연출하는 단계가 나타났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극중 최성곤의 히트곡은 ‘니가 좋아’. 한 소절 한 소절 가볍게 손뼉을 치고 사랑의 총알을 날리는 안무는 중독적이다. 손 감독은 “오정세 씨도 따로 (보컬 등)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안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중간중간 이렇게 하면 어떨지 물어봤다. 안무 선생님과 ‘트로트 가수의 몸짓’을 이야기했다고도 들었다. 최종본은 저도 오정세 씨가 안무를 완성하고 나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러브 이즈’, ‘니가 좋아’ 모두 개봉 전 음원이 공개됐다. 영화 팬을 넘어 리스너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 2000년대 바이브를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당대를 풍미했을 법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덕분이다. 손 감독은 “극장에서 듣자마자 그 곡이 좋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 부분을 제일 많이 걱정했다. 그래서 누구에게 맡길지 많이 고민했다”며 “이진희 음악 감독이 심은지 작곡가를 추천했다. 그때 싹쓰리 곡을 처음 들었는데 듣자마자 좋더라. 이분한테 맡겨야겠다고 확신했다”고 돌아봤다.
손 감독은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화려한 상업영화 데뷔를 마쳤다. 이후 ‘이층의 악당’(2010), ‘해치지않아’(2019)를 선보였다. ‘와일드 씽’은 7년 만의 신작이다. 손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성과보다 코미디를 향한 뚝심이 더욱 눈에 띈다. 물론 그사이 다른 장르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또 돌고 돌아 ‘코미디 감독’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손 감독은 “이번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나는 코미디 감독이다’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했다. 그렇게 스토리를 구상하다 보니 하루에 한두 시간 쓰더라도 내가 낙관적으로 바뀌고 여유가 생기더라. 예전에는 이런 기분의 내가 더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를 다시 하니 좀 즐겁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