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틀몬스터는 5일 신규 베지 컬렉션 10종을 공식 출시한다. 서울 성수동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를 비롯해 상하이, 베이징, 도쿄, 방콕, 뉴욕 등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는 컬렉션 공개를 기념한 팝업 스토어도 함께 운영한다.
이날 직접 살펴본 베지 컬렉션은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채소를 모티브로 한 유기적인 곡선과 위트 있는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젠틀몬스터는 이를 브랜드 특유의 절제된 위트와 초현실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채소가 가진 생동감 있는 형태를 안경 디자인에 녹여냈으며, 모든 제품에 컴팩트한 폴딩 메커니즘을 적용해 휴대성을 높였다.
대표 제품인 ‘토피 02’는 파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비정형 프레임을 적용했으며, ‘라디 02‘는 둥근 메탈 프레임과 틴트 렌즈를 활용해 보다 정제된 인상을 구현했다. 두 제품 모두 토마토를 형상화한 디테일을 더해 베지 컬렉션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폴딩 아이웨어는 최근 글로벌 아이웨어 시장에서 주목받는 카테고리 중 하나로 꼽힌다. 작은 가방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휴대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접이식 선글라스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젠틀몬스터 역시 베지 컬렉션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컬렉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채소를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자연과 농장,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이른바 ‘팜걸 코어(Farm Girl Core)‘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꽃과 과일, 채소 등 일상적 소재를 패션 언어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젠틀몬스터는 이를 브랜드가 추구해온 초현실적 미학과 결합했다.

업계에서는 젠틀몬스터를 중심으로 K-아이웨어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아이웨어 시장은 2024년 약 31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5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선글라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72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향수·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젠틀몬스터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브랜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젠틀몬스터는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서 8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뉴욕과 런던, 밀라노, 파리 등 글로벌 패션 도시로 진출하며 리테일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지만,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브랜드는 각 공간을 판매점이 아닌 예술적·몰입형 경험 공간으로 기획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특히 2017년 로봇 애니매트로닉스 기업 위저드를 인수한 이후 자체 개발한 키네틱 아트와 로보틱스 기술을 매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간 기획과 설계, 인테리어, 오브제 제작까지 직접 수행하는 시스템 역시 젠틀몬스터만의 차별화 요소다. 실제로 하우스 노웨어 프로젝트는 기존 리테일의 틀에서 벗어난 ‘실험적 리테일’을 표방하며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젠틀몬스터가 꾸준히 강조하는 비범한 미학(Unusual Aesthetic)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 있다. 브랜드는 매년 웨어러블 제품군인 커머셜(Commercial), 패션성을 강조한 패션(Fashion),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스테이트먼트(Statement) 카테고리로 제품을 구분해 선보인다. 베지 컬렉션 역시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미학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패션 시장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 자체만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스토리와 공간, 경험, 세계관까지 함께 소비한다. 미우미우와 로에베, 자크뮈스 등이 브랜드 서사를 통해 팬덤을 구축한 것처럼 젠틀몬스터 역시 아이웨어를 매개로 독자적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패션 시장에서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경험과 세계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인이나 품질, 가격 경쟁력이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스토리와 문화적 가치, 공간 경험까지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우미우와 로에베, 자크뮈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제품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앞세워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만들어낸 서사와 경험에 공감하며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젠틀몬스터 역시 아이웨어를 매개로 공간과 전시, 콘텐츠를 결합하며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