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5)
청년들 요구한 선관위 진상규명 본격화…현장선 ‘어떻게 목소리 낼까’ 고심도

청년들 요구한 선관위 진상규명 본격화…현장선 ‘어떻게 목소리 낼까’ 고심도

국회 국정조사 착수·경찰 압수수색, 여야도 대학생 요구 수용 나서
전국 대학 18곳 시국선언, 142곳 성명…국조 방식 놓고 여야 공방
정치적 해석 놓고 현장서 고성도…“공통 메시지 낼 공론장 필요”

승인 2026-06-11 18:34:45 수정 2026-06-11 19: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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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10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요구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했고 여야도 대학생들 요구 수용 의사를 밝히며 대응에 나섰으나, 정작 대학가 현장은 이번 사태가 정쟁으로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국회는 11일 본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정식 보고했다. 경찰도 같은 날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치권도 청년층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다.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년들의 분노는 지극히 정당하다”며 “청년들의 분노에 민주당이 응답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시국선언 대학생 간담회’를 열고 “재선거와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투표용지 사태 조사는 여야 간 대립으로도 이어졌다. 이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야당이 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 주도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합동수사본부 구상을 ‘꼼수’라고 직격했고, 이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맞받았다.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142개 대학 총학생회 국민참정권 침해 시국선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142개 대학 총학생회 국민참정권 침해 시국선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정작 광장에 모인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의 공방에 언급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분위기였다. 6·10 민주항쟁 39주년인 전날 전국 18개 대학교 동시다발 시국선언과 전국 142개 대학 성명에 동참한 학생들은 정쟁과 거리를 두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에서 “국민이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한열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앞에서 부끄럽지 않느냐”며 “이번 사태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헌법,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오늘날 청년의 목소리는 쉽게 정쟁의 언어로 소비되고 당파적 주장으로 해석되곤 한다”며 “우리가 여야의 정쟁을 넘어 뜻을 모으는 이유는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우리 대학의 선배이신 박종철 열사의 희생은 민주화를 향한 거대한 물결의 불씨가 됐다”며 “시민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못한 채 그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10일 서울대 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기 위한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10일 서울대 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기 위한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정치적 메시지를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국선언의 방향과 표현 수위를 둘러싸고 학생 간 고성이나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공식입장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와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인 김씨는 자유발언에서 “이번 사태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반등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내란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제시된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에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19학번인 박씨가 항의하며 소요가 일었다. 박씨는 총학생회를 향해 “자유발언에서 정치적 발언은 배제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고, 취재진에게 “저도 (정치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러면 시국선언에 정치적 프레임이 씌일까 나서지 않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극우 내란세력’, ‘빨갱이’ 등의 표현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고, 총학생회에서 만류하며 상황을 일단락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쿠키뉴스에 “자유발언 대본을 미리 받긴 했지만 세세히 검열하거나 하진 않았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본권 침해 규탄이 학생들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이 주최한 시국선언 대학생 간담회도 전국 총학생회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10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미경 기자
10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미경 기자

연세대 경영학과의 한 재학생은 “이번 시국선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쟁과는 분리된 메시지로 만들고 싶었다”며 “굳이 정치적 용어를 사용하고 일일이 따지는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과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27세 이가영씨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다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기가 힘든 것 같다”며 “벽에 둘러싸인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림픽공원 시위도 우리가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시위는 하루이틀 만에 끝나고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변모해 참여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정치권의 요구 수용 움직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가영씨는 “이번 선관위 사태에 청년들이 유독 분노했던 것은, 우리는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때만큼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정부와 기성세대가 외면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도 이제까진 학업에 몰두하느라 사회에 관심 갖기 어렵고 5·18도 교과서 속 남의 일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을 차려 처음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실질적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대학 총학생회의 공통적인 요구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주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정부·국회의 실효적 재발방지 대책 및 중앙선관위 구조 개혁 단행 △대학생 목소리 정쟁화 금지 및 시민 전체 참여 독립적 감시기구 구성 등이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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