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데이터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통신요금, 공과금, 월세, 세금 납부 이력, 결제·소비 패턴, 플랫폼 활동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 등을 평가 요소로 끌어들이는 흐름이다. 기존 신용평가가 대출·연체·카드 사용 이력 등 과거 금융 기록에 주로 의존했다면, 대안신용평가는 생활밀착형 비금융 정보를 통해 차주의 상환 행태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다.
은행권이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ACSS)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존 금융 정보가 부족해 불이익을 받아온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포섭하기 위해서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국내 씬파일러 규모는 약 1239만명에 달한다. 현재 신용등급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연 5% 안팎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중·저신용자는 연 20~30%대 금리의 2·3금융권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비금융 데이터로 이들의 실질 상환 능력을 가려낼 수 있다면 금융 공백을 메우는 포용금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선두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업계 최초로 카카오 공동체·롯데멤버스·교보문고·금융결제원 등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이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해 중·저신용 및 씬파일러 고객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고 대출 대상을 확대해왔다. 개인사업자 영역에서도 사업장 정보를 결합한 ‘소상공인 업종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변별력을 강화했다.
실제 효과도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2023년 대안신용평가모형 도입 이래 카카오뱅크가 취급한 중·저신용 대출 중 약 12%(건수 기준)는 기존 모형 기준으로는 거절 대상이었던 고객들이다. 유통·이체 정보 등 대안정보 평가모형을 통해 추가 공급된 대출 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출범 이후 누적 중·저신용 대출액은 16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금융지주도 뒤따라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교보문고·금융결제원·세금 환급 정보 등 7종의 대안정보를 신규 도입해 올해 하반기부터 개인금융 신용평가 모형에 적용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도 통신비·세금·공과금 납부 이력과 도서 구매, 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 내역 등을 종합 활용하는 머신러닝 심사전략을 하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대안신용평가를 둘러싼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모형이 고도화되더라도 부실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대안신용평가가 포용성과 적시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축적된 정보의 품질이 고르지 않고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의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입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모형이 정교해질수록 차주의 부실 가능성을 더 세밀하게 가려내 되레 대출 거절로 이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상환 이력은 양호하더라도 세금이나 통신료 납부 이력이 불규칙하면 위험 차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자본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목표를 제시하면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호응할 수밖에 없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며 “정기적인 소득이 뚜렷하지 않은 차주까지 상환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대출을 계속 늘리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키우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라 자본 관리 측면의 부담이 뒤따른다”며 “데이터 결합과 활용에 필요한 절차도 여전히 복잡해 현장에서 대안정보를 들이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