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로 멈춰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 난항이 이어질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을 수 있다는 방침도 밝혔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17대 국회 이후 이어져 온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분리’ 관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21대 국회 전반기 처음 깨진 분리 관행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하면서 국회 내부의 권력 분산과 견제 원칙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 아닌 ‘관행’…원구성 뇌관 된 법사위원장
법사위원장은 원구성 협상 때마다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체계·자구를 심사한다. 법률 간 충돌 여부와 조문의 체계·형식을 살피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그러나 정치적 쟁점 법안은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처리가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법사위가 사실상 입법의 마지막 관문처럼 작동해 온 셈이다. 법사위원장이 국회 운영의 ‘뇌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맡아야 하는지는 국회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과 상임위원 선임 절차만 정하고 있다. 결국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배분은 여야 협상과 관행에 따라 정해져 왔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은 법 조항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이 유지해 온 권력 분산 관행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의 문제에 가깝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과 함께 입법부 권한을 상징하는 자리다. 어느 정당이 맡느냐는 단순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넘어 국회 권력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17대 이후 자리 잡은 ‘의장-법사위 분리’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동안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함께 맡았다. 1988년 출범한 13대 국회부터 15대 국회 전반기까지는 집권 보수정당이 두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변화는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열린 15대 국회 후반기에서 여당은 국회의장을, 야당인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16대 국회 전반기에도 여당 국회의장과 야당 법사위원장 구도가 이어졌다. 다만 16대 후반기에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자 야당으로서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맡았다.
분리 관행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7대 국회부터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야당이자 제2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직을 넘겼다. 이후 20대 국회까지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맡는 흐름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항상 법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지만, 의장은 민주당 몫이었다.
야당 법사위원장 원칙이 예외 없이 지켜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한 정당이 모두 가져가지 않는 분리 관행은 17대 이후 대체로 유지됐다.
21대 이후 흔들린 권력 분산 원칙
16년간 이어진 분리 관행은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처음 깨졌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했다. 민주당은 개혁입법의 신속한 추진을 명분으로 들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입법부 내 견제 장치가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21대 국회 후반기에는 여야 합의로 분리 관행이 일시적으로 복원됐다. 야당이지만 제1당이던 민주당은 국회의장을,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22대 국회 전반기에서 민주당이 다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도 법사위원장은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할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17대 국회 이후 이어진 의장-법사위원장 분리 관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야당이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맞선다. 그러나 원구성 관행의 핵심은 법사위원장이 여당 몫이냐 야당 몫이냐에만 있지 않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분리해 한 정당의 독식을 막고, 국회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분리해온 것은 법률상 의무가 아니라 집권 여당 또는 다수당이 스스로 권력을 절제하며 국회 내부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형성한 민주주의적 관행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관행이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단순히 원구성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표방한다면 그들이 정착시킨 의장·법사위 분리 관례도 복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법사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넘어선 문제다. 17대 국회 이후 이어진 권력 분산 관행을 복원할지, 21대 이후 반복된 다수당 중심 운영을 다시 이어갈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